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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 형제가 한 집에 살고 있어.
그들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
그런데도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아 보이는 거야.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둘째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있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지!
말해 보렴, 세 형제는 하나일까?
아니면 둘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것일까?
꼬마야, 그들의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으면,
넌 세 명의 막강한 지배자 이름을 알아맞히는 셈이야.
그들은 함께 커다란 왕국을 다스린단다.
또 왕국 자체이기도 하지! 그 점에서 그들은 똑같아.
호라박사가 카시오페이아와 함께 찾아온 모모에게 내었던 수수께끼. 답은 과연 무엇일까?
살면서 나는 참 시간에 지배당하는 스타일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하고 집착하고, 현재의 삶 속 가득한 고민들에 포위당하고 미래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압박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허다하다.그리고 솔직히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기 힘든 각박한 세상, 누구나 다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매사 조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꼬집어주기 위한 미하엘 엔데의 센스만점 이야기, 모모는 정말 빠른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을 비롯한 현대인들이 꼭 읽어야 할 지침서다. 모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모모의 등장은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사람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방법으로 '대화'와 '여유'를 일깨워주게 만든다.
회색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시간을 관리해주겠다며 '여유'를 뺏어가는 세태는 현재를 절실하게 꼬집는다. 대화를 나누지 않고 패스트 푸드가 아니면 신경질을 부리고 탁아소 안에서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어린 아이들로 가득한 곳. 지극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의 이야기다. 서로의 생활만으로도 척박해지다보니 가족 간의 대화까지 메말라가는 현실. 미하엘 엔데의 세상 속에서는 모모가 해결사다.
여기, 내가 있는 이 곳에도 모모가 필요해. 모모가 와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