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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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

 

너무너무 기대했던 책, <철할자, 철학을 말하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최근 돌직구 강의로 유명한 강신주님.

 

인문학 책이 안읽히는 것은 본인이 남루하기 때문이라는 너무도 충격적인 강의를 들었다.

"젠장"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던 그 쇼크는 감당하기 정말 힘든 시간이였었다.

'나'니까 살 수 있는 단독적인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시와 글을 읽어낼 수 없다는 말에 발끈 하기도 했지만

이후 강신주님의 <맨발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동의되면서도 극단적인 그 '직구'를 받아낼 수 없어 한동안 혼란스러웠었다.

 

이 책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는 잠언집이라고 하길래

그 강도가 약하긴 하겠지만 어떤 상황에서 또다른 충격적인 발언을 할까 싶어

설레이면서 긴장되었던 책이다.

 

강신주님은 "우리의 마음에 핏빛 상처를 만드는 핵심 구절"을 찾으라고 권했다.

영혼을 흔드는 이 구절들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고, 얼음을 내려치는 듯한 통증이

매널리즘을 벗어나 새로움을 꿈꾸게 할 것이라고.

이 책은 강신주님이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갖게 된 구절들을 소개한 것이라 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한 잠언과 영문 혹은 한문으로 엮여서 따로 설명을 붙이지는 않았다.

의외로 핏빛(실제 표지와 통일된 핫핑크색이라 웃음난다)으로 표식까지 해두어

평소에 느꼈던 살벌함을 덜었다.

한번 읽기 보다는 잠언집이다 보니, 두고두고 읽으며,

찾아보는 길잡이 역할이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직구를 던지지 않았지만,

변화구를 던지는 삶을 살지말라고 하시던 그 말.

내 직구는 얼마나 남루했었나하는 고뇌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좋은 말을 많이 배운 날이다.

 

 

어떤 것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것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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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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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의 셔츠 >

 

유명한 맨부커상을 받은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책.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졌지만 '우화'라기에

무거움보다는 가벼운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책장을 열다가

작가의 서문을 보고 그의 이야기에 놀라서 책을 덮어버렸다.

홀로코스트가 이전에도,지금도,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는 강한 메세지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셔츠'로 대변되는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에 대한 정곡을 찔렀기에.

 

며칠을 책을 열다덮다를 반복하다가 읽게 되었는데,

마음은 여전히 작가의 강한 메세지에 무겁고 두려움이 가득했다.

작가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

"역사가 예술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기억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의무를 담은 안내자 같은 소설을 쓰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책 <20세기의 셔츠>는 이런 마음을 달래기 위함인지

시작이 생각만큼 충격적이거나 과격하거나 또 적나라하지는 않았다.

'우화'라는 껍데기가 작가의 의도를 많이 순화시켜줬음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

(그러나 사탕발림처럼 시작만 그러하다)

 

이 책의 주인공 헨리는 성공한 작가였으나 작가적 사명감으로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쓴 원고가

혹평을 받자 의기소침해진 상태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후 '원고'가 담긴 소포를 받는다.

그 소포에는 플로베르의 <호스피네이터 성 쥘리앤의 전설>과 희곡 한편이 담겨 있다.

이 소포 속의 희곡에 관심을 가진 헨리는 소포를 보낸 박제사 헨리를 만나

(자신이 헨리임을 숨긴다)

박제사의 희곡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희곡 속의 버질(원숭이)와 베아트리스(당나귀)는 배(과일))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과 설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또다른 개념과 또다른 설명에 대한 인식의

황당한 대화를 계속 하다가, 그들만의 소통 언어 "하나의긴단어"를 만들어내며

급기야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홀로코스트를 대변한다),

소설가 헨리의 이해를 끌어내지 못한 채 희곡의 끝을 맺는다.

박제사 헨리조차 "버질과 베아트리스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그들의 당위성을 못박았다.

 

소설가 헨리도 희곡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이 책은 진짜 배배꼬인 이야기이다.

현실을 돌아보지 못한 이들은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게 꼬아버렸나 싶을 정도로

작가는 독자와의 소통을 자신의 언어로 쓴 것처럼 느껴진다.

26철자(영어)로 만들어진 우화이지만 우화스럽지 않은 소설.

 

버질의 잘린 꼬리를 직접 잘랐던 광기어렸던 소년이 박제사 헨리였던 반전에 놀라움 뿐이다.

솔직히 우화라고 생각되지 않는 책이다. 단지 동물들이 등장했다고 우화는 아니듯이

이 책처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헤매었던 소설이 또 있었나 싶어진다.

책을 보다가 생각하고, 허무하고,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절대 추천하지 못할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진가를 꼭 알고 싶어 끝까지 읽었던 책.

 

그럼에도 버질과 베아트리스의 대화는 머릿 속을 휘젓고도 남음이 있다.

비겁하게도 구스타프(시체)로 비견되는 인간의 고약한 악취를 치우는 일보다

의미를 만들어 가는 .. 이해와 삶. 그것에 더 집중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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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백파선
이경희 지음 / 문이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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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 여신 백파선 >

 

역사 속 한줄의 기록으로 캐릭터를 창출해내었던 대단한 작품들.

그 중에서도 남존여비사상의 비하를 넘어 여성으로 기록되었던 이들,

대표적인 <대장금>이 있었고 <미실>이 있었다.

이 책은 일본으로 건너간 여자 사기장의 도공 비석 하나로 재창조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액자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구성이 솔직히 좀 어설프다는 생각이 든다.

속물적인 결혼을 택한 후 미망인이 된 나(서술자)는 위자료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여자 사기장 백파선이 연인 다다오를 위해

혼신을 다하여 만든 막사발을 찾으러 갔다가,

결혼을 위해 밀어내었던 연인 나오키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액자 속에서는 백파선과 그 남편 상근, 안나(원숙어멈), 도공들이

시게마사 영주의 회유에 속아 일본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간다.

일본으로 건너간 그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고, 핍박 속에서 고뇌하던 상근이 죽자

파선은 여女 사기장이 된다.

그녀의 가마골 식구들을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는 아슬하고,

그녀를 애닳게 바라보는 사무라이 다다오의 사랑과

사기장으로의 삶 사이의 갈등은 처절하기만 하다.

(파선과 다다오의 감정 확인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지만)

 

좀 아쉬운 것은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엔 토막토막 끊어지는 내용들이고

대하소설로 쓰여지기엔 소재가 부족했나 싶은 애매함이 있다.

 

여인의 몸으로 금녀의 분야에서 신의 경지에 이르렀던 주인공 백파선.

전쟁의 여파로 타국까지 흘러간 그녀의 기구한 운명과 사랑, 예술에 관한

참신한 소재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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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판타지 - 귀농실천인 구차장이 들려주는 진짜 귀농귀촌 이야기
구재성 지음 / 에코포인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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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의 판타지 >

 

 

 

나이 서른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나이 마흔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수많은 매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이다.

개개인을 따져보면 다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지 않을까.

그러니 인생의 절반을 살아낸 나이 마흔에도

여전히 '배워야 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네이다.

 

이 <마흔의 판타지>도 그런 인생길잡이 같은 책이겠거니 했지만,

귀농의 성공백서가 아닌 정직한 귀농귀촌에 관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삶에서

무엇인가 배워보고 싶었던 책이다.

 

저자 구재성님은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지쳐가는 인생의 후반을 위해, 귀농귀촌을 '삶의 돌파구'로 삼았다.

농부로 3년간의 경험, 귀촌의 준비와 자세, 인생의 충고를

과장없이 담아 내었다.

 

솔직히, 겨우 3년 농부행세를 하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담아내었으려나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세세한 책이고, 충실하다.

비록 저자의 경험담(달충아범으로 살아가기)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간접경험이 생생하고 또 농촌생활의 길잡이 역할에 많은 부분 할애하였다.

귀농보다 귀촌에 더 성공적이였기에 저자는 성공한 농부가 되었다.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의외로 본고장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자세하지만 좀 유치한 내용들이 농촌생활일기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일상생활 속에 부대끼게 되는 늙은 농촌에서 초보 생태농부로 살아가려다 보니

농사일의 시작부터 농작과 경작에 이르기까지의 실패와 성공사례,

농촌에 제대로 적응하면서 겪는 고충과 생각지도 못한 이득까지

이래저래 요령(?)이 생겨나는 과정이 담겨있어,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인 듯.

 

나름 귀농귀촌을 준비해볼까 하는 설레는 마음을 지닌 이들에게 반가운 책일 듯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이들에겐 좀 가벼운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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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5만 시간의 연구 끝에 밝혀진 31가지 마음의 비밀
스티븐 그로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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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치면 하는 말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가 아닐까.

이 책은 저자 스티븐 그로스가 25여년간 정신분석가로 일하면서

상담했던 수많은 환자 중 31가지의 예시를 들어

삶의 중심에서 벗어난(혹은 벗어나고 싶은) 자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해석하기 힘든 꿈이나 혹은 특이한 증상의 환자들을

의학적인 분석학 측면에서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런 꿈이나 증상에 이른 이유를

함께 찾아내어가는 과정을 독자와 함께 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로, 비슷한 류의 정신분석 상담 사례의 책들이 많지만

이 책을 장점은 단연코 우리의 삶처럼 '생생'하다는 점이다.

단지 환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이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상담 상태와 행동, 환자와의 관계 형성 및 분석에의 어려움과

분석에 이르게 되는 부분이 잘 설명되어 있어

각각의 사례들마다, 단편소설 같은 느낌의 생동감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은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각각의 챕터 속에서

인간 심리와 불안의 대표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깊은 공감을 불러오는 듯 하다.

 

무엇보다 대면대면한 인간관계와 분노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죽어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소름돋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순간적인 매널리즘이나 혹은 권태기라 부르는 많은 부분이

다들 겪고 있는 시간적 흐름이 아닐 수 있다는.

 

상실 없이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또 누군가가 스스로를 얽매이고 있다면 그 원인을 찾고자 노력할 때 바뀔 수 있다는

저자의 강한 메세지.

 

스스로의 상황을 한번쯤 점검하기를 원할 때,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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