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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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리된 평화 Separate Peace >

 

관계맺음에서 오는 감동으로 소름돋던 몇 권의 책들이 있었다.

성인이 아닌 미성숙한 그들, 그래서 아직은 작은 사회 속에서

그들의 존재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던 모습에서 나를 찾고 싶었는지도.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러했고, <파리 대왕>이 그러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과제로 대했던 기억이 강해서인지

의무감과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책이였지만 이후 다시 읽게 된 그 책에서는

방황 속의 순수를 지키려던 주인공의 번뇌가 충격으로 남았었고.

그랬던 <호밀밭의 파수꾼>에 견줄 만한 책이라 하나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존 놀스는 미국 최고 명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전쟁 중 기숙학교에서 한여름을 보냈던 무리의 소년들이

분노, 폭력, 증오 속에서 우정, 스포츠정신, 충성심 등을 나누며

절망과 시기, 질투, 상처를 안고 성장해가는 모습과 심리를

절제되고도 심도있게 그려낸 이 책 <분리된 평화>를 썼다고.

1959년 런던의 첫 출판 이후 이 책은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며

여전한 필독서로 여겨지고 있다하니 대단한 책인건 분명한 듯.

 

이 책은 명문기숙학교 데번을 찾게된 주인공 진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전쟁으로 급조된(급성장과 군사훈련까지도 요구당했던) 학기를 보내면서

"방치된 데번"에서 내성적 모범생이였던 그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빠져나가는 매력남인 피니어스와

룸메이트이자 '단짝'을 이루면서

피니어스를 선망하고 동시에 질투하는 심적 내면과 행동하는 외면을 보여준다.

무리의 인정받기 위한 강물 속 다이빙과 군대식 걸음걸이, 교칙 위반들,

"학교는 전쟁에 일어나는 모든 일과 연관되어" 있음에도

그와 그 친구들은 현실과 분리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열일곱의 그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도자 없는 기묘한 무리" 속의 리더인 피니어스의 평화를 갈망하고

거만하고 거들먹거리며 '가장 먼저'를 말만 앞세운 브링커보다

숫기 적은 레퍼가 가장 먼저 자원입대를 하고 정신적 붕괴를 맞는 와중에

불안한 진의 심리와 상황은, 전쟁의 간접적 폐해(실제 전투에 참가한 사람은 없었다)가

그를 비정상적인 평화 속에 남겨둔 것이였다.

 

"내가 진정으로 복무한 것은 학교에서였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적을 죽였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942년을 당시로 하여 회상된 이 책은

그들의 데번이 전쟁의 암울함이 그들을 옭아매는 외부의 강력한 부담인 동시에

파멸당할 숙명(군대 징집 대기는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에서 유예를 주었기에

이 시기를 보내게 된 그들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투 상황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이면서 자살클럽가입의 신고식이였던 다이빙,

피니에 대한 선망과 질시에 사로잡힌 진의 두 번에 걸친 충동적 행동과

"완벽한 존재에 대한 평범한 자의 애증"이라 결론지어진 피니의 죽음,

정작 전쟁보다는 데번에서 진의 성장은 이루어진 것이다.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지만, 숨죽이며 단숨에 읽으면서도

탁월했던 작가의 심리적 묘사(폐부를 찔린 듯한 묘한 기시감이 있었다)는

성인 역시 무리 속에서 성장과 갈등을 겪게 되는 바를 깊게 생각하게 했다.

성인이라고 성장이 끝난 것은 아닐테고, 선망과 질시를 잊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무엇보다 "이성보다 더 깊이 숨겨진 감정, 지나치게 진실된 그런 감정"이

여전히 살아있지 않을까!!

 

단지 청소년 성장소설로 가름짓기에 너무도 훌륭한 책이였다.

끝없이 흔들리는 자아와 그 안의 영혼과 순수, 그것을 생각하며 읽었던 책,

<분리된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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