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이 사건을 읽고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인간의 탐욕(연구를 위해 같은 인간을 희생시킨)에 역겨웠고
그 부모의 무지에 허탈해하며 마구마구 욕을 했었다.
당시 부모의 입장에선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겠지만.
캐나다 위니펙의 라이머 부부의 일란성쌍둥이 아들 중 하나인
주인공 브렌다(원래 브루스)는 생후 10개월 경 포경수술의 실패 이후,
미국의 의료진(존 머니 박사, 존스홉킨스병원)으로부터
거세와 여성 트렌스로의 제안을 받아들인 부모의 결정으로
인해
14년동안 여자로의 삶을 강요받고 살았지만,
결국엔 본성을 찾아 그의 삶을 되찾아간 이야기이다.
브렌다를 이용해 자신의 명성 쌓기에만 급급했던 의료진 존 머니는
그 후로도 브렌다의 삶에 방해요소였지만, 브렌다는 훌륭하게
이겨냈다.
당당하게 자신의 실명을 밝힌 데이비드 라이더의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처음엔 화가 났다. 성정체성을 찾은 다음, 잘 살고 있겠거니 하고
잊었는데.
타의에 의해 힘겨운 인생 살았을 그의 이야기를
가벼운 호기심으로 엮어냈나 싶어져 반감이 아주 컸다.
그럼에도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황색언론에 의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점.
저자 존 콜라핀토는 캐나다 출신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쓰던
중
1998년 <롤링 스톤>에 '존/조앤의 실제 이야기'란 기사를
기고했고
이 기사로 2000년 전미잡지편집자협회상 보도 부문은
수상했다.
문제의 이 기사를 엮어낸 책이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이다.
이 책은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고, 진실을 알기에는 너무 벅찼던 그의
이야기가
사심없는 다큐 형식의 스토리로 엮었던 덕분에 읽어내는데 무리가
없었다.
논픽션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흥미를 위해 각색이라도
되어있다면
책을 던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니.
결국에는 존 머니 박사의 반대편에 선 키스 시그먼드슨, 제레미 윈터,
실라 캔터와 결정적으로 메리 맥켄티 박사를 만난게
브렌다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처음엔 브렌다도 맥켄티를 믿을 수는 없었겠지만.
불행했을 어린 시절을 잘 극복했고(그럼에도 몇차례 자살시도도 있었다),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된 그였지만 그렇기에
세상의 흑막과 색안경이 더욱 두렵고 힘겨웠을텐데
이제는 브렌다를 벗어난 데이비드를, 무엇이 세상 밖으로 이끌었는지
왜 세상 밖으로 나서는 선택을 하게 했는지 진지하게 알게되어
다행이다.
그의 사명감은 여전히 과학계와 의학계를 농락한
존 머니의 허위 연구사례가 여전히 신생아들의 성전환수술과
그들의 삶을 추적연구하는 역겨운 인간탐욕을 폭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와 비슷한 많은 사례가 갑자기 들추어져 나왔다.)
그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인 성정체성의 본성과 양육의 문제에
있어서
본성에 무게를 두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이지만
인간이 인간으로 논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고도 인간을 욕되게 하는
일인지
일침을 놓았다. 정말 가슴저리는 일이다.
데이비드는 존중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이 책을 놓는 순간까지 그 생각만 했다.
성정체성에 대한 본성과 양육은 의료와 종교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왜 폭넓은 수용은 할 수 없는지 깊이 생각해볼 좋은 책이다.
더불어 역경을 이겨낸 데이비드 라이더의 삶에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