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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 도토리 자매 >
정말 일본스럽고 동화적인 표지에 마구 끌리는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도토리 자매>.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첫 책이였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독특한 작가의 이름은
나라 요시토모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늘 세트로 떠올리게 된다.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해 필명을 바나나로 했다는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키친>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내가 읽었던 그녀의 책은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던 작은 삶의 깨침이 좋았던 기억.
그러나 팬픽까지 쓰고 싶다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작가의 몇몇 책은 파격적이고도 이해불가적인 사랑 혹은 불륜이 좋더라하니,
내겐 작가에 대한, 낯선 이질감을 앞세운 조바심도 있긴 했다.
이 책이 고독한 이들에게 전하는 따스한 이야기라지만
달달한 첫느낌을 찢어버리는 씁쓸하고도 개운치 못한 끝맛의 포석이 될까봐.
모르는 타인의 외로움을 공유하게 될 들뜬 상상적 열정을 전해오는 이 책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돈코와 구리코 자매의 삶의 한자락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한 돈구리(도토리)자매는
친척들과의 공유적 혹은 불협적 생활로 인한 그녀들의 삶과 가치관(특히 사랑),
무엇보다 주인공 구리코의 은둔적 삶 속에서의 씁쓸했던 고독을
진취적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쉼'의 단계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외롭고 고독한 이들을 위해 언젠가는 꼭 받을 수 있는 답장을 보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남편을 잃은 야스미의 메일이 예민한 구리코의 첫사랑에 대한 꿈으로 연결되는
몽환적이고도 설레이던 아픔이 기억으로 남는다.
에세이적인 이야기는 주로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기에
건조한 자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지만, 작가 특유의 간질거리는 문장 속에
그녀들의 솔직함이 공감으로 다가와서 좋았던 책.
성장하며 겪게된 아픔과 상처가 타인을 다독임으로 스스로 치유될 수 있을까 싶지만
함께하는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책.
"언젠가는 답장이 오는" 도토리 자매를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