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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 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
연극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고, 배우 김혜자씨의 연기도 좋았지만,
동정이나 연민보다 진정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오스카를 위로해줬던
장미할머니에 대한 선망이 커졌고,
원작자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팬이 되었다.
철학교사이던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는 아하가르 사막(?)을 여행하며
내면의 깨달음을 얻은 후, 낙천주의적 작품세계로
프랑스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아하가르 산맥을 뜻하는 건가?? 아하가르 사막을 찾지 못함..)
그의 새 책 <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은
표지가 진짜 독특해서, 열 명의 아이들로 존재감이 부각되고
볼일보는 남자에게 여왕의 위엄으로 압도하는 밍 부인이 그로테스크하지만
호기심을 과하고도 적절하게 부추겼기에
올한해 마음에 드는 표지 10위권 진입이 예상된다(순위는 내마음).
뛰어난 언어능력으로(7개언어 가능) 장난감 회사의 아시아 담당이 된 나는
중국 출장으로 윈하이 그랜드 호텔의 남자화장실 청소담당 밍 부인을 만나
그녀의 허무맹랑한 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에 경악하며
(당시 중국은 한자녀 정책이 강력했기에)
그녀의 이야기의 헛점을 찾으려는 노력 중에
오히려 부성애를 깨닫게 된다는 간략한 이야기.
밍 부인의 아이들은 - 도박사 호, 꿈꾸는 디자이너 리메이,
쌍둥이 곡예사 쿤과 콩, 마오쩌뚱 부인 암살의 꿈을 가졌던 헤드헌터 다샤,
박식한 루와 지적인 저우, 숭고한 정원을 만드는 원예사 왕,
진실을 신봉하는 증권 라디오 방송자 막내 솽, 이 모두를 가능케 한 맏딸 팅팅,
밍 부인이 삶의 가치와 존재의 감미로움을 되내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렇기에 밍 부인의 생일날 맞닥뜨리게 될 진실이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진실이란 우리 입맛에 맞는 거짓"이기에.
이 책이 주는 여운은 깊고 진해서, 단순한 프랑스인의 중국 이해수준이 아니였다.
밍 부인의 입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과 이야기는
모두 중국 철학자 공자의 인용구들이지만
중국의 과거를 살았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밍부인의 삶의 철학으로 전환되어 우리에게 지당하게 미치기 강력히 바라게 된다.
그래서 "가혹한 운명이 우리를 덮쳐올 때, 일말의 환상으로 다독이는"
밍 부인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기억하기를.
작가의 이름값으로 선택한 책 중엔 실망에 이르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 책 <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은
오히려 이런 내 팬심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마음의 안정과 든든함을 가져다 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