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국보다 낯선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 천국보다 낯선 >
"세 남녀의 예측할 길 없는 하룻밤 기묘한 여행".
가끔 갈증나듯이 끌리는 이런 류의 소설이 있기에, 이 책도 가볍게 읽겠거니 했었고
로드무비 형식을 빌린 공포소설이라는 소개도 마음에 들었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호평을 받은 작가 이장욱의 두번째 소설 <천국보다 낯선>.
출판사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 04 이기에 나름 신뢰가 컸던 작품이다.
대학시절 '패밀리'였던 정과 김, 최와 염, 그리고 로드무비 '천국보다 낯선'의 감독 A.
이들은 A의 처음이고 마지막이자, 패밀리를 위한 시사회
'천국보다 낯선'에 초대 받은 얼마 후 A의 죽음을 접하고,
K시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차에 동승하게 된 정과 김 부부, 최,
K시의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염, 이들 각자의 시선으로 속내를 드러낸다.
이들은 화해없는 굳건한 방어적인 태도로
A와 그들 '패밀리'에 대한 흩날리는 조각같은 각자의 사정들과
각자의 시선으로 보았던 과거에 대한 서로의 기억들,
불편하면서도 외면하기에는 덜 가증스러웠던 이기적인 행적들과
면면히 다르기만 한 A에 대한 각자의 생각에만 몰두한다.
타인에게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주고, 보고싶은 면만 보았기에
혹은 기억하고 싶은 방식으로만 기억하기에
동행하게 되는 세 남녀 그리고 염이 A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기묘하다는 이 소설은 염이 기억하는 A의 영화가
이들의 동승과 묘한 관련을 보여주며,
터널을 이용한 시간차의 기시감을 부여하는 목적없는 부유의 정점 끝에
"천국보다 낯선, 그런 시간"에 도달함이 A의 카메라의 시선과 맞닿음으로 끝맺는다.
솔직히 '공포'라기보다 '기묘'스러움이 정답이였던 이야기.
찰지기보다는 쭈삣한 느낌으로 풀어가는 작가의 글솜씨는 빼어났고,
그렇기에 가라앉는 분위기가 더 아찔함으로 다가왔던 책.
수없이 등장하는 영화와 음악들, 그 속에 혼란스럽고 회의적인 분위기는
한편의 로드무비를 감상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끝트머리에 설핏 나타나는 작가의 의도는 갈피잡기 힘들게 낭패스럽다.
소설 속 날씨처럼, 진눈깨비 날리는 날, 한없이 우울한 '터널'로 빠져들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