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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
장완정 지음 / 비앤씨월드 / 2013년 11월
평점 :
<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 >
한동안 급한 약속과 동동거리는 시간들, 밥시간도 넉넉하지 못해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맛봤다는 글을 보면,
개뿔~ 내 처지가 안쓰럽고, 그들이 부러워서는 마음이 삐뚤어지곤 했었다.
그래도 요즈음 안정을 되찾고보니 좋은 곳에서 좋은 식사와 여유를 만끽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고 삶과 소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소한 즐거움을 말이다.
저자 장완정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 제빵공부를 시작해 영국에서 활동 중이며
페이스트리를 찾아다니는 미식 여행가이자, 제빵 & 페이스트리 셰프라고.
이 책은 그녀의 발길이 닿았던 곳의 기록과 유명 빵집들의 소개,
빵에 대한 전문가인 그녀의 소견이 담긴 독특하고 달콤한(?) 여행책이다.
솔직히 빵에 대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요즘은 미식여행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먹기 위한 여행은 아직 낯설기만 했기에
어딜 가게 된다면 그 곳의 유명한 빵집 정도는 들러보자는 가벼운 마음에 읽은 책이였다.
저자가 제빵전문가이기에 여행의 모토는 맛과 행복인 듯.
어느 도시 호텔에 들러도 그 곳의 빵과 재료를,
어느 중심 시가지에 들러도 그 곳의 분위기와 평가, 독특함을
어느 한적한 시골 빵집에서도 그 집의 전통과 역사, 비법을 전하는데 완벽했다.
용감씩씩한 저자는 부엌은 물론 저장고까지 들여다 보여준다!!
심지어는 개인이 조상에게 전수받은 제빵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담은 호밀빵!!
적막하고 황량한 대지 위의 화산은 아이슬란드에 다채로운 자연 경관 외에도
기발한 제빵의 지혜를 남겼다고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그녀가 머문 호텔의 매니저 시기와 그의 엄마 린다, 여동생 리카가
반죽한 호밀을 자연의 '전통 온천' 모래에 24시간 묻어두어 구워낸 호밀빵을 소개한다.
호밀빵 외에도 온천 모래를 이용하여 송어 등을 구워내기도 한다고.
자연이 오븐이 되는 아이슬란드의 온천이라.
정말 구미가 당기는 여행으로 찜해 뒀다.
나름 여행 기록에도 충실한 이 책은 정말 달콤하다 외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에 넘쳐나는 정감과 솔직한 사람들, 눈으로 보여주는 맛들.
빵을 무척이나 좋아해 '서양인 입맛'이라고 우기는 동생과
최근 소원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곁들인 느지막한 브런치를 즐겨보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다만 글씨가 작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여행 책을 오랜만에 봐서 행복했다.
입맛 다셔지는 이 책은 제빵에 대한 상식이 무궁하지만
또 입맛을 마구 당기는 단점이 있다. 밤에는 절대 읽지 말아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