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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리스 먼로의 책. 영미문학을 전공한 친구는
"예전에 받아야 했으나, 노벨문학상도 붐이 있는 작가를 먼저 찾는 아쉬움"에 밀려
이제 받는 거 같다는 평을 했다. 솔직히 엘리스 먼로라는 작가를 잘 몰랐는데
잔잔하면서 감동을 주는 평이한 단편만으로도 화려한 수상경력이 놀랍기만 하다.
단편소설은 이야기가 짧다보니, 그 깊이에 있어
전달력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나하는 선입견으로 조금은 기피했었는데
이 책은 하나하나의 짧은 이야기 속에 그 내밀함을 완벽히 전달해줬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이야기 속에 뭍혀 나에게 전해졌고,
상상 속의 배경은 영화 스크린을 옮겨오듯 머릿속에서 움직이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 안에 내가 들어 있는 듯 생생하기만 하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주인공에게만 특별한 에피소드에 집중된 이 단편들은
자상한 할머니로만 보였던 작가의 대단한 필력이 찬사가 나오게 감동스럽다.
15개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는, 관심갖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을 주변 사람들의
'그들만의 속사정'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작가에 꿈을 가져 작업실을 마련했지만 과도한 관심에 한숨짓는 주부의 이야기,
왕따를 당하는 아이에게 손내밀면서도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소녀의 이야기,
첫사랑의 아픔을 스스로 깊어지게만 했으나 극복하는 소녀의 이야기,
자급자족이 가능한 허름한 할머니의 집을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마샬레스 자매의 파티 속에서 행복했던 지적장애아들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
생소한 캐나다의 배경을 가졌고 또 오래 전 1968년에 쓰여진 이 책을
시공간을 넘어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흔히 느껴지는 '갭'은 뛰어넘고 읽힌다.
나름 박완서님의 단편 같은 느낌으로, 귓가에 속삭이듯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그 개인적이고도 비밀스러워지는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책이다.
만약 짜릿하고 특별한 것을 원한다면 이 책을 피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