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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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키핑 >

 

2013년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의 책이라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 문학상이라고 한국인만 수상하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외국인 작가가 수상했다니 정말 신기한 마음.

메릴린 로빈슨. 이 책으로 헤밍웨이 문학상(최고의 처녀작에 수여)까지 수상했다니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존경스럽고 기대감이 높았던 < 하우스 키핑 >이다.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고 재출간 됐다)

 

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이며 작가인 메릴린 로빈슨.

인간과 가족, 세상을 주제로 한 작품세계는 고독이 그 산실이라고.

방한 인터뷰가 있다길래 찾아봤더니,

"I mean, for me, it's very importat that I can be solitary

because I need to feel that I can think or thought from beginning to the end."

 

하우스 키핑이라고 해서, 그 집의 집사를 겸한 유모같은 직책을 지녔던

한 가족의 역사를 바라본 사람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고.

 

이 책은 3대에 걸친 여인네의 가족사 속에서

하나의 가족이 완성되고 성숙되어가며, 정점에서 또 해체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서술하고 있어, 솔직히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서글프지만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가족사이기에.

그럼에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속 깊고 애잔하면서도

우리의 삶에 녹아든 듯한 소소한 에피소드와 표현력은,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딱 고 박경리님의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이였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주인공 루스는 '냉혹한 연금술'에 의해 태어났다. p.300에서)

 

핑거본의 외할머니 실비아에게 양육되던 루스와 루실.

실비아의 죽음 이후 고모할머니 릴리와 노너에게로 양육되었지만

릴리와 노너의 노년 생활을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이모 실비를

집으로 불러 함께 살게된다. 종교에 심취해 떠난 이모 몰리와

실비의 입을 빌어본 순탄친 않았던 엄마 헬렌의 이야기는

가족의 상실과 비극이 느껴지는 여인들의 가족사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혈연적 끈끈한 연대라기 보다는 함께 있기에 가족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루스는 이모 실비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마을사람들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지만, 그들의 뜻대로

가족이 해체되는 것보다 함께 떠남을 선택했다.

주인공 루스와 이모 실비가 핑거본의 철도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이들이 하우스 키핑은 끝이 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루실에 의한 새로운 하우스 키핑을 기대하게 된다.

 

철도회사에서 일하며 딸들과 소통부재였던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실비아의 딸들과의 삶, 릴리와 노너와 살게된 루실과 루스의 삶,

정서가 불안정한 실비가 끝내 놓지 않았던 루스와의 이야기는

상실과 고독이 머무른 미국 북서부의 배경과 함께 손에 잡힐 듯한 사실감을 준다.

핑거본을 이루는 철도와 호수, 숲 역시 뜻하는 많은 의미가 책 속에 녹아 있다.

철도 탈선(하필 호수에 빠져든)으로 죽음에 이른 할아버지,

호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들과 숲에서 방황과 부재를 반복하는 그녀들.

 

이들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대하소설적인 이 책은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최근의 북미소설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내게는 고박경리 작가님과 같은 무르익은 인생의 격정기를 이미 겪어내신 노작가의

인생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 아름답고 애잔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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