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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ㅣ 창비세계문학 8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 게 가공선 >
일본 근대문학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정도
읽어봤지만 프롤레타리아 계열의 일본 근대문학 작품은 처음이고,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던 <게 가공선>이다.
나름 1930년대의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사회주의 운동이 맞물린 시대적 흐름은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코바야시 타끼지도 처음이고, 작품도 처음이다.
1929년 '살해당하고 싶지 않은 선원 노동자들'이라는 격문을 썼다는 그는
20세기 초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일본 공산당의 혹독한 탄압 속에 고문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작품은 금서였지만
길고긴 경기불황 속에 일본 젊음이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끌어내며 재조명되고 있다고.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정말 지옥으로 향했던 게 가공선 핫꼬오마루는
싼 노동력의 착취와 인간을 도구로 다루는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작품이다.
침몰해가는 또다른 게 가공선 치찌부마루의 구조를 매몰차게 외면하던 감독은
회사 측의 "충실한 개"로 가공선의 폭군으로 군림하며, 노동력을 쥐어짜내며 착취해
제대로 된 식사와 휴식도 없이 병들어가던 어부, 잡부, 선원들 사이를
어획량으로 경쟁을 부추기며 갈라놓더니, 항의하는 대표자들을 구축함(군부)에 넘겼으나
급기야 태업으로 인해 어획작업량이 줄자, 회사 측은 "땡전 한푼 주지 않고 잘라버렸다"고.
"조직, 투쟁 - 처음으로 알게된 위대한 경험"이라 일괄하는 바
어찌보면 프롤레타리아의 계몽적 성격을 띄고 교육적 목적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군더더기조차 없이 깔끔하기만 하다. 130 페이지의 짧은 글 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쏟아내었고, 결과조차도 고무적이였다.
처음 접하는 이 책은 솔직히 시류를 처절하리만큼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지만
일본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낸 책이라 우기고 싶어진다.
일본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탁으로 인한 노동착취가
여러 주변국과 민족들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면모를 보였는데,
심지어는 자국의 노동자들까지도 이렇게 혹독한 착취를 서슴치 않았다니,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을지 짐작을 가능하게 했다.
고발성 강한 이 작품 하나로, 일본이 우파들만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 놀랍기만 했고
우파로 포장된 내부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소용돌이가 느껴졌기에
의외로 선입견적 편견으로 일본을 바라본 스스로를 반성하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