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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 한낮인데 어두운 방 >
에쿠니 가오리의 불온한 상상과 침울한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대놓고 불온한 소설이라 하니, 꾹꾹 눌러놓은 자아의 깊은 내면 속 발칙함과
욕정이 담긴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릴까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내심 설레였던 에쿠니의 새 책 <한낮인데 어두운 방>.
실제 책 내용은 불온한 내음을 풍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아찾기에 나선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에 내맡기고 있다.
비록 그 방법이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는 '불륜'이라는 차가운 시선일지라도.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보이는 주인공 미야코의 평온한 삶.
히로시에게 지쳐가던 미야코에게
존스는 틀 밖으로의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소소한 일상 속으로 사랑의 기쁨으로 다가온 존스에게서
자아를 찾고자 했던 미야코의 일탈은, 강행된다.
필드 산책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메이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의 아쉬움이
중년의 격정적 사랑을 행동하지 못하는 자아의 굴레였다면
권태로움 속에서 자아찾기에 나선 미야코의 사랑은
일탈이 가져온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기운빠지는 책이다.
(새장 속의 새를 좋아하고 노리는 나쁜 남자, 존스)
이 책 역시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스타일이다.
여성으로의 삶, 그 일탈을 이해받고자 하는 태도들,
그 삶 속에서의 나른하고 침울한 일상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보는 그녀의 찌름이
우리의 삶을 투영하기에 그녀의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당신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그런 생각은 항상 하면서 살잖아'
우리에게 전하는 에쿠니의 속삭임.
읽으면 읽을수록,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빠지게 되는 에쿠니의 책들은
자아에게 가장 솔직한 목소리로 소곤소곤대니,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일 수 밖에.
이번을 꼭 마지막으로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기를 다짐해 본다.
불온한 마음이 발현될까 두렵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