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화엄경』은 “모든 것은 마음이 그려낸 것”이라고 한다. 행복도 우리 마음의 규정에 속한다. 다겁생래의 업이 있어서, 쉽게 “나는 만족하고,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한 마음만 돌리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행복감에 잠겨 있을 수 있다. “조금 손해 봐도 좋다”고 여유를 가져보자. p. 124


이처럼 모든 것은 마음이 그려낸 것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는 말이면서도 현실에 부딪히면 그 말뜻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스스로의 마음을 길들여야한다.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살아가면서 때론 한계상황에 부딪힐 때도 있고, 원치 않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이런 우리의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내려놓음으로서 얻어지는 편안함과 마음의 평안함은 바로 무(無)에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우리가 길을 안내받을 때 사용하고 있는 ‘네비게이션’ 즉, GPS기기(전자지도길 안내 단말기)를 사용할 때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행을 하다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길을 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길을 가버리면 그 기기는 그 시점부터 다시 경로안내를 시작해준다. 왜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갔느냐고 하는 한마디의 불평불만이 없다. 내가 열 번을 어긋나면 열 번을 다시 검색하고, 백 번 천 번이라도 불평 없이 그 시점부터 길을 다시 찾아준다.

하지만 누군가 나의 말을 무시하고 따라주지 않았을 때, 나의 반응은 어땠을까. 상대의 마음에 맞추기는커녕 불쑥 화부터 냈을 것이 틀림이 없다. 그 네비게이션처럼 열 번을 틀려도 열 번 안내를 계속 해줄 수 있는 마음이 내게는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그 기기와는 정반대로 행동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된 마음으로 가려면 어때야 하는가. 바로 무(無)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내려놓음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힘들고, 어렵기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지옥 같은 세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비록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 속에 웃음이 넘치고, 행복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 지명스님은 이름 있는 절의 주지도 맡으셨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그만 산골에서 수행과 포교에 힘쓰시고 계시다.  또한 <조선일보>,<중앙일보>등등 여러 신문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했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중 <불교신문>을 통해 무의 수행에 관하여 1년여 연재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책 [그것만 내려놓으라]이다.

책 속의 지명스님의 글은 어렵지 않게 씌어져 있어 불자 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조건 높은 산에만 오르기보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란 거다. 그리고 잘 난이 못난이, 가진 이 못 가진 이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대해주는 것이 무를 닦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때론 화가 나는 일도, 억울한 일도 생기겠지만 그것마저도 누구에게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으며 우주의 질서는 예외 없이 공평하단 걸 느낀다. 그러기에 남과 비교하기보다 지금의 내 모습에서 보다 더 내실을 다져야겠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지며, 마음 내려놓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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