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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ㅣ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 무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근데 책도 샀...네요.
어디로 가야 할 지, 누구를 찾아가야 할 지,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 지
물 위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은 처지일 때, 그렇게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을 때, 손열매는 물이 많은 완평으로 떠난다.
봄이 가고 첫 여름이 오는 시기. 그렇게 찾아간 완평은 눈물겹게도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만드는 곳이었다.
첫 느낌이 좋았던 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평범하지만 또 특별하고 상처를 입었지만 보듬고 '인지상정'이 대립하는 갈등 안에서 외롭지만 묵묵히 견뎌내는 곳.
한숨이 모여 완주숲을 이루고 슬픔은 강물에 흘려 보내고
그 어느 여름 보다, 따뜻하고 우렁차고 뜨겁던 곳에서
손열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 온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무서운 여름이 지나갔을 때, 그리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 왔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가.
내가 겪은 괴로움을 평생 간직하여 나를 고통 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용서하고 주어진 인생을 담담히 살아갈 것인가.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답을 내려야 할 때가 분명 생기게 된다.
그 선택으로 인하여 손해가 크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를 탓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된다.
하지만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이다. 여름이란 계절을 오롯이 받아들여야지 열매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것 처럼.
부디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나 자신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다가올 시작을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하는 삶을 살아가길.
지금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고통과 슬픔은 분명히 지난다는 것.
웃는 날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시작되듯 끝이 오더라도 또 다른 시작이 오는 것처럼. 그런 삶의 이치를 <첫 여름 완주>에서 다시 한 번 느껴 볼 수 있었다.
바다가 누군가의 세찬 몸짓이라면 강물은 누군가의 여린 손짓 같았다. 바다가 힘껏 껴안는 포옹이라면 강물은 부드러운 악수 같았다. 버스가 달리는 들판에도 천이 가느다란 띠처럼 흐르고 있었다. - P23
온장고는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무거웠다. 마치 인생의 무게처럼. 열매는 팔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뜬 채로 그 ‘인생’이라는 것을 들고 뚜벅뚜벅 걸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걸었다. 턱이 아플 때까지. 그러자 신기하게도 점점 온장고가 가벼워졌고 나중에는 종잇장을 든 듯 편해지더니 아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P100
열매도 할아버지의 부득이한 사정이 ‘창조’한 그 많은 마스크들을 보니 좋았다. 눈물겹게 좋았다. 여름을 완주하고 이제 잎 색을 바꾼 나무가 그런 열매 위로 밤공기를 사뿐히 내려놓았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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