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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황석영은 성장소설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의 자전으로 보인다. 물론 그의 자전이 그의 성장기였기에 성장소설이라는 노소설가의 말도 결코 틀리지는 않겠지.
황석영의 삶의 흔적을 드리웠던 곳곳은 내게도 한 삶이 있던 곳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 나라가 좀더 넓었다면 그의 삶의 공간이 내게 겹쳐지지 않았을 텐데, 좁은 이 땅덩어리는 그의 삶과 노동이, 내 찌질한 삶의 공간과도 겹쳐지니 나로서도 그 예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마산 가포 바다의 휑뎅그레한 모습, 고교 시절 괜시리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고는 혼자 쓴 웃음 짓고, 소리쳐보기도 하던 그 치기가 부끄럽게도 떠오른다. 미호천의 물소리를 말하니, 미호천 모래밭으로 과 동기들을 끌고가서 결국 여자 동기 하나를 물에 냅따 집어던지고는 킬킬거리던 유치도, 대학 1학년 무전여행이랍시고 떠난 10여일 간의 여행길과 그 더운 여름 나절의 길들도 어슴프레 기억케 한다. 갖가지 일들로 데모를 하던 때,3일간 경찰서 철창에서 보리밥을 맛나게 먹고 나온 그 날, 청주에서 다락골로 돌아오던 그 호젓한 가로수길은 차라리 낭만적이었다.
그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나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전혀 인과를 추론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그 기억과 그 추억이 자락들이, 성긴 가지의 나무 아래도 적시지 못하는 어줍짢은 비인냥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분명 '오늘을 사'는 진지함이 있었던 듯 싶다.
지난 여름 방학, 아내와 아이가 잠들고 나면 자전거를 끌고 나와 호포와 물금역을 돌아 자전거를 탔다. 호포에서 양산천이 낙동강을 끼어드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한 대 태웠다. 어둠 속에서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보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돌아오지 않지만, 또 그 뒤에도 연달아 또 흐른다는 것이 너무도 철없다는 생각을 했다. 삶도 그렇게 철없구나 싶다. 그래서 "씨팔"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 길로 자전거를 타면 물금역으로 가는, 기찻길과 함께 달릴 수 있는 둑방길을 가게 된다. 기차는 밤낮없이 떠나기만 하더군. 기차는 돌아오지 않고 언제나 떠난다. 그래서 또 "씨팔"하면서 담배 한 대.
'개밥바라기'마냥 잊혀졌다가 '추억'으로 떠오르는 삶의 잔영들과 어느 노래가사마냥 '다르게 적'힐 추억들이 그래도 어쩌랴 "시팔" 나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