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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면접용 도서로 활용하고자 서점에서 구입했다. ^^; 사실 문학에 관해서는 나는 완전 꽝이다. 그러다 보니 별 생각없다는 평을 받기는 싫고, 조금이나마 인터뷰에서 어필하고자 구입한 책이 바로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존 쿳시의 '추락'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주인공 루리(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기는 얼마만인가...--;)의 위선적이고도 자기합리화적인, 이중성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제자와 불륜을 가지는 것을 마치 인생의 자연스러운 것인 것 마냥, 여지껏 다른 여자들을 화려한 말빨로 희롱(?)했던 최고 권위의 교수의 모습이었다.
사건이 폭로가 되면서도, 그는 자신의 불륜이 단지 사회적인 시스템에서는 용인이 안 되지만, 자신에게는 가능하다고 하는, 그래서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 뻔뻔함을 보인다.
파면이 되고, 딸이 거주하는 농장으로 간 그는 인생의 대전환을 가지게 된다. 흑백 정권이양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갈등 속에 그녀의 딸은 세 남자에게 윤간을 당하고, 자신은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지만... 과거 지배자의 위치로서 백인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종속적인 위치에서 흑인들의 지배를 받고자,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괴로워하고 분노한다. 다만 딸이 너무나도 담담하게 이 시련을 받아들이는 것이 놀라운 뿐이고, 그 역시 마음을 달리 먹게 된다.
바로 그의 속죄를 여제자의 아버지를 찾아가 사죄하는 면에서 찾을 수 있다.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된 그는 비로써 또 다른 자신에 의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아마도 대결과 갈등, 그리고 화해라는 메시지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설정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흑인들을 억압하던 남아공 정부에서 이제는 주권이 이양된 그들에게 내재된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한권은 속 시원히, 그리고 여운을 남기며 보여주고 있다.
하루아침에 주종의 관계를 뒤바꾸는 상황... 선뜻 이해할 수 있는가? 어제 시중을 들던 이의 시중을 들어줄 용기가 있는가?
다른 분들의 평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소름이 끼치는(?) 느낌... 흑인들에 의해 저질러질 백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만들어 질 수도 있었다는 가정. 만약 그렇다면, 이 작품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고, 극찬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을지도... --;;
문학에 조예가 없는지라 더 깊이있는 이해를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극중 작가의 분신적인 역할을 하는 '바이런'과 오페라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여론의 물을 타고 어설프게 주는 별 다섯이 아닌, 개인적으로 동감하면서 달아준... 더군다나 6~7시간 만에 다 읽었을 정도로 내용 또한 지루하지만은 않다. 책 한권 읽으려면 사흘이 걸릴 정도로 소설을 싫어하는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