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 초대 공수처장이 말하다
김진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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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전하면서 주차위반이나 속도위반 딱지를 떼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성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내가 지킬것을 잘 지키고 산다면 법이란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내가 법이 생각보다 일반 서민들의 삶에 가까이 있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경매를 하면서부터였다.



부동산 투자공부를 하던 중 직접 실행에 옮겨보고자 제작년인 2022년 10월에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낙찰받고 명도, 체납관리비 처리 등의 일련의 일들을 처리하면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나의 권리를 요구하고, 그것이 수용되지 않는 경우에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체감했다. 법을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이유로 이번에 '공수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책을 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의 전면에 공수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 책은 공수처에 대해서라기보다 오히려 법 전반에 걸친, 그리고 대한민국이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민주공화국으로 탄생할 수 있게된 역사적인 배경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법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이라도 상식적으로 한법 읽어보면 좋을 책같아서 소개해본다.


지은이는 초대 공수처장을 지낸 김진욱이다. 1966년 생으로 고고학을 전공하던 중 법학에 대한 수업을 듣다가 반해서 법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런만큼 그는 소위 출세 좀 해보려고 법학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학문에 마음이 동해서였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법시험에 합격 후에 3년을 판사로 일하고 12년을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0년에는 헌법재판소로 이직했다고 한다. 그뒤에 2021년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에 3년간 일했다. 공수처라는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줄임말이다.

이 책은 그가 공수처장직에서 떠난 뒤에 그간 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놓은 글들을 수정보완해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는 공수처장직을 역임하면서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목차를 보면 첫장에는 한국인의 법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한다. 내가 서문에 적었듯이 한국인들은 유교사상의 영향인지,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지킬것은 지키고 살아야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반대로 법으로 어떤 것을 강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법대로 하자'라는 말이 '나와 한판 해보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면서 법을 통해서 위에서부터 아랫사람들에게 강제하고, 통제하며, 어겼을시에는 체형과 고문등을 통해서 다스림을 당해왔던 역사가 있었기에 한국인의 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확립될 수밖에 없음을 살펴본다.



더불어서 서양에서는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인식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현대 한국의 법은 조선시대까지 전해져 내려오던 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일본이나 독일 등의 외국의 법에 기초해서 토대를 마련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이 강제로 나라를 빼앗을 무렵에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헌법의 초안을 마련했던 가슴아픈 역사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법을 통해서 바라본 것이긴 하지만, 당시 아쉽게 남북으로 나뉘고 그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저자가 이 책에서 파고들었던 핵심적인 키워드는 법에 의한 지배 rule of law이냐, 법의 지배이냐rule by law의 문제인 것 같다. 사실 한국말로 보자면 두가지가 구분이 안되기는 한다. 나는 영어의 뜻도 잘 와닿지는 않는데,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법에 의한 지배는 조선시대에서처럼 왕이나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을 다스리려고 정한 법과 그것의 지배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 법을 만드는 사람이 따로있고 지켜야할 사람이 따로 있는 셈이다. 그러나 법의 지배는 그 목적이 아랫사람을 다스리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고자 국민을 뜻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만들도 다같이 지키는 법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각국의 헌법 첫 조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데 한국처럼 첫 조항에서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밝힌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은게 인상깊었는데, 헌법이 형식만 갖추고 내용이 올바르지 않을 경우, 법을 근거로 합법적으로 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정당이 탄생해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과오를 범한 뒤에 독일은 형식 뿐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올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법이 제정되는 과정, 법의 의미, 그리고 어떤 나라를 지향해야할징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좁게는 어떻게 하면 각각의 입법, 행정, 사법기관이 서로를 견재하며 건강하고 균형잡힌 기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의 고민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차원에서 공수처가 생겨났기도 하다고 들었는데, 넓게는 법이 어떻게 자리잡아서 건강한 나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까지 이른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법을 집행하셨던 분이 법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어서 정부기관에 신뢰가 높아졌다. 기존에는 막연히 정치인이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국민을 생각하는 것 같아도 결국엔 사리사욕을 채우는게 더 중요한 사람들일거라는 편견일지모를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책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공수처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물론 이 책의 중간중간 언급이 되고 마지막 장에는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가 공개수사가 아니라 조용히 진행되기때문인지 수사의 일화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 들어볼 수는 없었다. 법 전반에 걸쳐서 지식의 폭을 넓히고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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