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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 - 기적을 그리는 소년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6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6월
평점 :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아주아주 간절히 원하는 일이 일루어지는 초능력이라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아주 간절히 원하는 일이 사실은 나쁜 일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는 "시크릿"과 같은 많은 자기계발서적에서 보아온 것 같다. 그런 책을 읽고 꿈을 시각화하고 100번쓰기, 긍정확언 같은 것을 하면서 꿈을 현실화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나는 그런 것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주 간절히 원하던 일이 이루어진 경험은 몇 번 있었다. 수능을 치고 운좋게 좋은 대학에 들어갔던 일과, 유학을 하려고 독일 베를린에 간 지 3일만에 거리를 걷다가 그전까지 좋아해서 많이 출연 영화를 찾아보았던 독일 배우 마티아스 슈바이히쇼퍼를 길가다가 만났던 일이다.
지금은 운빨이 떨어졌는지 기적같은 일은 잘 일어나지는 않고 있지만.. 사실 나는 매일 세명의 기적과 함께하고 있기에 굳이 기적을 바랄 필요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 모든 것은 어제 오늘 읽은 이 '미짓'이라는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밑밥이었다. '리버보이'라는 성장소설로 해리포터를 제치고 영국에서 만장일치로 카네기 매달을 수상했다고 하는 팀 보울러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소설은 말그대로 기적을 그리는 소년 '미짓'에 대한 이야기인데, 서문을 보니 팀 보울러야말로 기적을 꿈꾸고 그려낸 산증인이 아닐까 싶다. 해변가를 걷다가 불현듯 떠오른 소설의 마지막 장면. 그 장면을 붙들고 소설을 써내려가기를 10년이 되어서야 이 책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고 한다.
소설 하나를 완성하는데 왜 그리 오래걸렸던 것일까. 작가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이야기하는데, 마치 이 소설의 이야기가 자신의 마음속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것같은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이 소설을 자신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작가는 직장을 다니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매일 3시에 일어나 7시까지 글을 쓰고 출근을 했다고 하는데, 서문을 읽으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자, 이제 '미짓'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미짓은 '난쟁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모욕적인 어감이 담긴 단어인듯 하다. 미짓은 주인공이 불리고 스스로 칭하는 별명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소설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미짓은 키가 작고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경련을 일으키는 여러 장애를 가진 아이이다. 미짓을 낳다가 엄마가 죽은 것을 보면 어쩌면 그러한 장애가 어려운 출산 과정에서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미짓은 외적인 여러 장애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마음은 분노로 가득차있다.
그러한 미짓에게는 여러가지 비밀이 있는듯해보인다. 늘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는데, 그것을 통해 미짓이 무언가를 아주 강렬이 원하고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미짓의 삶은 여러 상징적인 존재들이 둘러싸여 있다. 우선 언제나 사랑을 듬뿍 주는 아버지의 존재이다. 미짓의 심리적 신체적 장애를 돕기위해 상담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게 한다. 어떤 순간에도 아들을 지지하고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형이 있다. 미짓을 낳다 죽은 엄마의 죽음이 미짓의 탓으로 생각하고 밤마다 몰래 미짓의 방으로 가서 미짓을 학대한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늘 미짓에게 다정한 형인척을 하기에 누구도 그런 학대를 알아채지 못한다. 형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미짓의 죽음이다. 어머니를 죽게한 댓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형의 여자친구인 제니는 미짓에게 빛과 같은 존재이다. 미짓을 사랑하지만 형에대한 진실을 볼 줄 모르는 아버지와 달리 제니는 진실을 보는 눈을 갖고 있고, 미짓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도 갖고 있다.
미짓은 형으로부터의 학대와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짓눌려있었다. 그러한 그를 희망으로 끄집어낸 존재가 바로 배를 만드는 조셉이라는 노인이다. 미짓은 조셉의 도움으로 자신의 능력을 알아갈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담사 패터슨 박사를 통해서이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서 미짓은 자신의 꿈을 그려나가고, 중간에 방해를 받아가 결국에 그 꿈을 이룰 수 있게되고, 자신에게 꿈을 그리면 이루어지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된다.
소설속에서 가장 집중되었던 것은 미짓과 형과의 관계였다. 형은 미짓을 증오하고 죽기를 바라는데, 미짓도 그렇게 자신을 증오하며 고통만을 안겨주는 형을 증오하며 죽기를 바란다. 소설속에서는 좀 극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어머니를 향한 갈망과 그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경쟁하고 다투는 모습은 여느 형제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 같다. 그것이 상대의 죽음을 바랄만큼 치열한 것인가 하면, 남자형제와 같이 자라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런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소설속에서 미짓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머릿속으로 그린 것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도 분명히 알고 시종일관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강렬히 원하는 모습이었다. 미짓의 그러한 모습은 말도 행동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경련과 발작이 오는 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신체와 너무도 대비를 이룬다. 불편한 신체를 가진 것 만큼 강렬하게 미짓을 그 꿈을 이루기를 원하고 모두가 그것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때에도 그 꿈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그런 미짓을 보면서 나는 그러한 꿈이 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꿈꾸던 것이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피로할때,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안된다고 체념하고 놓았던 적은 없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순간도 잊지 않고 강렬하게 무언가를 원한다면 못이룰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강렬히 원할 수 있냐는 것이다. 책을 읽고나니 내 삶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깊이 빠져들어 읽은 책이 끝나버린 데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강렬히 원하는가, 다시 묻고싶은 날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