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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인터넷에서 저자의 떠도는 글들(누군가가 퍼온글)을 접하고 흥미를 가지던 차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느 신문사 기자의 논평대로 도올이 임자를 만났구나. 책을 펼쳐들고 읽는 순간부터 책을 머리 속에서 뗄 수가 없었다. 대학 때 동양철학 시간에 도덕경을 배우기도 했던 터지만 도덕경은 안개 같은 것이었다. 쉽게 해석되는 몇 장을 빼놓고는 알 듯 모를 듯 애매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아. 도란 게 원래 그렇지. 도올이 동양철학의 붐을 우리 나라에 몰고 온 <동양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도 도덕경의 얘기가 나오지만 더욱 더 신비해질 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도올은 서양철학을 실체(substantia)를 규명하기 위한 철학이었다고 한 마디로 정의하면서 동양철학과 비교한다. 동양철학에는 실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거였다. 도올은 멋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역시 동양철학을 실체적인 관점에서,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그 점을 확실하게 밝혀주고 있다.
도덕경의 본의를 누가 알 수 있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저자의 해설이 명쾌해서 오랫동안 그 해석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거다. 다른 책들의 해석은 휏갈리게만 했는 데 말이다. 한문번역의 묘미를 모르는 나로서는 번역의 정합성에 대해서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00년 주석의 역사로서 저자의 견해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나의 은사 한 분은 고전을 읽으라고 했다. 해설서나 아류를 읽지 말고 철학사에서 큰 주장을 했던 그 책 자체와 씨름하라고 했다. 해설서를 읽으면 원저자와의 대화가 가리워지는 탓일 거다.
불행히도 도덕경을 한문그대로 읽을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도덕경을 놓고 씨름할 수는 없겠고 따라서 누군가의 해설을 필요로 할 텐데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구름이 걷히듯이, 안개가 걷히듯이 신비와 비논리의 세게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논리의 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저자는 노자가 애매하게 글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전체가 딱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편을 들고 싶어진다. 도올의 까발리는 글쓰기에 환호했던 사람들은 저자의 이 책도 환영할 것이다. 도올을 좋아했던 것은 마구 드러내었던 데 있지 않았던가. 그런 도올이 임자를 만난 거다. 알고 보니 도올도 마구 꾸미고(爲) 있었지 않은가?
아쉬운 건 전체 81장 중에서 이제 10장만 겨우 다루고 있다는 거였다. 저자는 언제 나머지도 설명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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