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초딩 아들이 시험을 보는데 가끔 엉뚱하게 틀리는 문제들이 있다. 집에서 차근차근 얘기해 보면 문제를 잘못 알아들어서 틀린다. 그러면 얘기해 준다. 얘야. 문제를 잘 봐야지. 대한민국에도 문제가 참 많다. 도덕적으로 선악이 분명하면 좋겠는데 요즘은 그런 문제는 별로 없고 다 아리송하다. 나한테 아리송한 문제는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노사 문제. FTA 문제. 파병 문제. 교육 문제. 개발/환경 문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생각만 많지 좀처럼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유시민 전 장관이 책을 들고 나왔다. 책 이름은 좀 오만하게 대한민국 개조론이다.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서 정신차리자고 상소를 올린다. 정치인으로서는 손해볼 거 같은 데 말이다. 유시민이 대한민국 현재라는 문제지를 잘 살피고 그 요체라고 생각한 것은 다음인 거 같다. 첫째. 좋건 싫건, 대한민국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선 외세의존 수출주도형 산업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둘째.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급격하게 접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 인식 하에 내세우는 대한민국의 발전모토는 첫째 선진통상국가이고 둘째 사회투자국가이다. 선진통상국가론은 이미 정해져서 지금은 바꿀 수 없다면 세계화, 개방을 보다 적극적으로 잘 준비해서 하자는 얘기다. 사회투자국가론은 사람에게 투자해서 선진통상국가를 유지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한편, 국가의 영역을 확대해서 양극화 시대에 사회안전망을 유지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복지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세웠던 정책들의 입안 과정과 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이야기하면서 정치권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그리고 언론의 무책임성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유시민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초반 대학생 때 항소이유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탄. 그리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느꼈던 만족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가야될 길. 유시민 전 장관이 총론적으로 문제를 잘 짚어준 것 같다. 1차로 책을 읽고, 책에서 소개된 임채원 씨의 사회투자국가라는 책도 주문했다. 공부 좀 해야겠다. 우리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읽고 토론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