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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은수 지음 / 이비락 / 2019년 12월
평점 :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덧 25개월을 넘어가며, 뒤 돌아볼새 없이 바쁘게 지냈던 시간속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을 자주 갖게 되었다.
혼자 가만히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될 즈음,
책 표지만 보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은수 작가의 "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아이를 키우면서 돈을 벌 수 없으니, 타인 앞에서 자꾸만 기가 죽는다.
스스로 선택해 그만둔 직장이지만, 다시는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것만 같은 끝없는 불안감이 밀려들곤 한다.
한 없이 작아진 나에게 다가온 책.
나도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다른 이의 기쁨을 진정으로 함께 기뻐해줄 수 없는 좁은 마음.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만날 사람조차 없는 일상.
너무나 비슷한 감정들이 담긴 책장을 넘기다 문득,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10년이 훌쩍 흘렀다는 은수 작가의 말이 무섭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은수 작가의 초조함이 묻어나오는 글 속에서 나의 불안했던 마음이 묻어나왔다.
'아이 어린이집 갔다 올 동안 할 만한 일자리' 찾는일이 쉽지가 않다는 글귀가 내 마음을 쓰다듬었고,
결국 잘 안될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불안함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내 모습이 보여 안쓰러웠다.
"내 이름도, 꿈도, 친구도, 인간관계도, 경제력도 다 잃고 오직 엄마로만 살아가는 게 숨이 막혀.바깥세상으로 날아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일도 하고 다시 내 이름이 불리고 싶어."
- P79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기적인 본성을 거슬러 완전히 이타적인 존재가 되어 보는 경험이었다. 단순한 이해득실로 따지기 어려운 시댁이나 이웃과 맺은 복잡한 관계를 풀어 가야 했고, 그 와중에 당장의 사회적 성취에서 밀려난 초조한 마음까지 다스려야 했다. 누구나 겪는 일상 같지만 그 내면의 결은 누구도 똑같지 않다." - P104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너무 작은 존재를 보살피다 보면 아이에게 엄마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다. 아이가 작은 발로 놀이터를 뛰어다닐 만큼 커도, 자기 몸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엄마를 필요로 하기에 엄마의 모든 감각은 아이에게 집중된다. 이렇게 10여 년을 아이의 호흡에 맞춰 살다 보면 내 삶의 자리가 희미해진다." - P139
"가끔 엄마도 엄마 노릇을 훌훌 벗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받아 본 적 없는 완벽한 사랑을 아이에게 주려고 발버둥 치다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혹여 내가 딱딱하고 메마른 돌덩이 엄마일지라도 아이와 주고받는 사랑이 풍화 작용을 일으켜 조금씩 부드럽고 기름진 땅으로 바뀌어 간다는 사실을" - P173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이 온통 악당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 모두를 멀찍이 줄 세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때가 감춰진 삶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자 나를 변화시킬 기회일지 모른다. 회한에 젖기보다 내 마음 안팎으로 밀려든 갈등을 헤쳐 나가다 보면 더 단단한 가지가 되어 깊은 향기를 지닌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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