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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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후기를 쓸 책은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라는 책이다. 출판사는 더스토리이다.

더스토리에서 초판본 디자인으로 나왔다. 아주 예쁘고 소장가치 업업!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문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모를리가 없는 책이다. 나 또한 뮤지컬로 이미 보았고, 책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저자 빅토르 위고의 소개이다. 빅토르 위고는 파리의 노트르담과 레미제라블로 가장 유명하다. 웃는 남자가 1869년 작품이니 새삼 오래됐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너무나 세련된 문체들! 이번에 책으로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1000페이지 이상이라 두껍긴 하지만, 아직도 엄두를 못 내고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어서 읽어보시길 바란다.

사실 나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원작이 이 소설인줄로만 알았지, 콤프라치코스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쓰여진 건 몰랐었다. 콤프라치코스는 빅토르 위고 소설의 허구인 줄 알았다. 실화 바탕이라니.. 이렇게 끔찍 할 수가...

콤프라치코스는 어린 아이들을 사고 파는 인물이다. 그것도 기형아로 만들어 귀족에게... 그 이유는 바로 웃기 위해서다. 실제로 옛날 옛적 시대의 귀족들에게는 기형아를 수집하는 게 유행이었다니.. 참 말 다 했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늑대 ‘호모’이다. 책의 첫부분부터 등장하는 호모! 뮤지컬에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모라는 늑대를 웃는 남자 책으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호모는 그냥저냥 나오는 애완늑대 수준이 아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우르수스의 분신 수준이다. 바로 저 대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내가 죽은 다음에 내가 궁금한 사람들은 호모를 연구하면 될 거야. 내가 그를 분신으로 남길 테니까.”



아무래도 책은 여러가지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뮤지컬은 책을 바탕으로 줄이고 줄여야 하니, 빠진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책으로 읽어보면 새로운 내용이나 인물의 심리, 성격 등을 더 잘 알 수 있으니 더 이해가 잘 되었다. 책의 초반에도 우르수스에 대한 인물 소개가 긴 편이어서 아주 좋았다!


그윈플렌과 데아의 첫 만남이 무려 243페이지가 되어서야 나온다! 뮤지컬에선 거의 첫 등장인데 말이다. 새삼 이 책이 얼마나 방대한지 느낌이 확 온다.


​이건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바로 우르수스와 그윈플렌의 첫 만남! 그리고 이 대사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웃지 말라니까!”, “전 안 웃었어요.”


​조시아나의 등장!! 앞서 말했다시피 이렇게 인물의 내면과 소개가 책에서 딱 나와주니 더 흥미로웠다. 한 번 읽게 되면 쑥쑥 읽게 되는 책이다. 흡입력이 참 좋다. 읽는내내 빅토르 위고는 천재라는 생각이 계속 들 수 밖에 없었다.


참 슬픈 문장이다. “그는 자신의 이마와 뺨과 눈썹과 입술 어디에서나 지운 적이 없는 웃음을, 없앨 수가 없었다. 그 웃음은 언제나 그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그의 얼굴에 자동적이고 영원히 고착시켜 놓은 웃음이었다.”



​문체가 정말 좋았는데,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개를 적어볼까 한다.

P.87
스스로 무고하다고 느끼면서 아이는 받아들였다. 단 한마디 원망도 없었다.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은 나무라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급격하게 그를 내쳤지만 아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면의 냉각 같은 것을 느낄 뿐이다. 자신의 삶을 시작도 하기 전에 종지부를 찍으려 드는 운명의 난폭함 앞에서도 아이는 굽히지 않았다. 아이는 선 채로 그런 운명의 벼락을 받아들였다.

P.118
아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갈 길을 정했다. 모든 운명은 하나의 교차로이다. 방향을 선택한다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그 어린 것은 일찍부터 모호한 가능성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P.451
만약 이 곡예사를 앞에 두고 처음의 즐거운 인상이 흩어져 사라지게 한 다음, 좀 더 주의 깊게 살핀다면, 거기에는 예술의 흔적을 즉시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얼굴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연이 이토록 완벽할 수는 없다. 인간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보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자신을 추하게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P.469
그윈플렌은, 신의 가호가 개입해 복잡해진 숙명의 산물이었다. 불행이 그에게 손을 댔지만, 행운 역시 그렇게 했다. 극단적으로 사로 다른 두 숙명이 동시에 그의 기이한 운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저주와 축복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는 저주받은 신의 선택을 받은 자였다.

P.537
“가난한 이들의 지옥이 부자들의 천국을 만드는군.”

P.854
그는 눈을 감았다. 눈 속에 들어온 극심한 여명, 그것은 괴로움이다. 하지만 그는 감신 눈꺼풀로 금세 그녀를 다시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도망을 친다는 것은 어렵다. 도망치려 애써 보았으나 허사였다. 꿈속에 가둬진 사람처럼, 그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했다. 후퇴를 원하면 유혹이 우리의 발을 포석 위에 못 박는다. 전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뒷걸음질은 불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실절의 팔이 땅으로부터 나와, 우리를 미끄럼 속으로 끌어당긴다.

P.1031
판단하는 자는 으레 비교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그에게 해 준 것과 자연이 그에게 베플어 준 것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자연은 얼마나 선의를 갖고 대해 주었던가! 영혼인 자연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을 너무 잘 담은 책이다. 결말도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싶다. 슬픈 결말이지만 참 마음에 든다. 다시 한 번 빅토르 위고의 위엄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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