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던 가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오면 이상하리만큼 시집이 읽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은
김종해 작가의 <늦저녁의 버스킹>이라는 시집이다.

김종해 시인은 처음으로 접하는 분인데 제목에 이끌려 이 시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목차
1. 사람으로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
2.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다.
3. 늦저녁의 버스킹.
4. 적벽에 서다.
5. 천사들이 출연한 라이브 극장.



책을 펼쳤을때 처음으로 실려있는 시.

멀리서 보면 고요하고 아름답구나
가까이서 보면 허방뿐
내가 살아왔던 행성
내가 떠나고 없는 세상
나는 한평생
사람으로서 무엇에 매달려 있었던가
-사람으로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


참 덤덤한 문체이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이다.
김종해 시인의 특징.
덤덤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다.
삶과 죽음에 관하여 김종해 시인의 생각이 참 잘 녹아들어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또 좋았던 시.

어느 것이든 사라져 가는 것을
탓하지 마라
아침이 오고 저녁 또한 사라져 가더라도
흘러가는 냇물에게 그러하듯
기꺼이 전별하라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들
네 마음속에
영원을 네 것인 양 붙들지 마라
-외로운 별은 너의 것이 아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잠시 머무르는 것 뿐이지만,
계속해서 내게 붙잡아 두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게 사라져 버린다면 누군가라도 탓하고 싶을때.
그럴 때 읽으면 씁쓸하면서도
이해가 될 수 밖에 없는 이 구절이 마음이 참 아프다.


책의 제목으로 실린 이 시. <늦저녁의 버스킹>

P.58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내지 않았던 몇 개위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사로 저마다 달라서
네 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야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 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필사를 해도 참 좋을 것 같은 이 시집.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삶 한가운데서 삶의 의미와 깊이를 가늠하고 깨닫는 시인’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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