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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름답다 사계절 1318 문고 14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사계절출판사에서 청소년들이 읽었음 하고 출판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인 <나는 아름답다>.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근거로 여기저기서 많은 주워들었음직한 상투적인 말들을 인용하곤 하는데-미술선생님에의 고백을 '인간은 행동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말로 합리화하기도 하고, 첫번째 몽정을 겪고 니체의 말을 인용하는 등-이러한 인용이 아직은 어설픈 시인은 주인공의 이미지랑 잘 들어맞아 참신하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십대 시절은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에게 십대는 친구들과의 추억과 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 채색된 시절일 것이다. 나름대로 많은 열병에 시달렸을 것이고... 그러나 이 글의 주인공 선우처럼 자신의 실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아간, 또는 살아가고 있는 십대는 드물 것이다. 작가는 '십대 끝무렵을 살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십대들은 그러한 고민을 할만한 정신적인 여유도, 또 그런 의지도 드물다. 그들도 분명 십대를 거쳐갔을 부모님이, 그리고 사회가 선우의 담임처럼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을 거칠게 내버려둘 수 있는' 시기는 20대 중반 이후에나 허락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생활에 휘둘려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삶을 돌려기엔 늦어버린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내내 모든 학생들이 개똥철학이라도 좋으니 선우만큼의 방황과 고민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참 많이 달라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도 그런 십대를 보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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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손석춘이 소설을 썼다고? 나자신의 게으름으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이전에 미처 듣지 못해 들어가는 글만 읽고 '실제 인물이라...'하는 굉장한 호기심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다가 단편적인 일기들로 이어진 글은 절대로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나였기에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여러번 덮을까 하는 망설임을 느꼈다. 그러나 드문드문 등장하는 이진선이 만났던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책을 덮을 수 없게 했다. 연희전문 시절의 윤동주, 항일투쟁 시절의 이현상, 박헌영의 등장을 보며, 나중엔 어떤 인물들이 나올까 하는 그런 궁금함...

대학시절 빨치산을 다룬 <태백산맥>이나 <남부군>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아니 어떻게 북한은 남한의 빨치산들을, 남로당을 저렇게 죽어가게 할 수 있었나 하는 원망을 했었다. 수많은 적과의 싸움에서도 꿋꿋했던 그들이 그 안에서 얼마나 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까하는 맘에 책장을 몇번이나 들었나 놓았다 했다. 그런데 월북한 남로당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어쩌면 얼마남지 않았던 남로당의 사람으로서 북에서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아니 담담한 척 써내려간 글을 보며 이런 사람도 있었겠구나, 살아남은 자들이 받은 고통도 못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좋은 날을 보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가슴아팠으나 무엇보다 가슴아픈 것은 이진선의 고독이었다. 이진선이 박헌영이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워하는 것처럼 오늘날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이진선이 외롭지 않았더라면 좀더 많이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고독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북한 사회에 대한 애정과 혁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울림으로 전해지리라는 느낌이 든다. 이진선 삶의 한 축이었던 언론인에게 전해지는 울림과 다른 한 축이었던 혁명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울림,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울림이 아주 큰 차이가 있으리라.

솔직히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논픽션을 가장한 픽션임을 미처 몰랐다. 들어가는 글에 완전 속아 책을 읽으면서 실존인물이라고 생각했던-의심은 끊임없이 들었으나 손석춘의 귀신같은 솜씨에 의해 그런 의심은 사라지고, 솔직히 그런 의심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나의 어리석음이 한탄스럽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어떤 차이가 있든 쉽게 보기 힘든 이진선이라는 북의 혁명가의 평생의 기록을 읽는 것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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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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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위기철의 인문사회서적을 쓰는 솜씨와 속물스럽게도 개인적 삶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어 '아홉살 인생'이라는 위기철의 성장소설이 있는 줄 알면서도 지레짐작에 '뭐 별로일 것 같은데'하면서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얼마전 '아홉살 인생'을 읽고 근래 읽었던 유명한 어떤 작가의 소설보다 더한 재미와 감동을 느꼈기에 작가가 마지막에서 말한 아홉살 이후의 이야기를 내심 기대해 왔었다.

그래서 '고슴도치'를 보고 이거군, 그 뒷 이야기가 하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름도 바뀌고, 성격도 좀 바뀐 것 같았지만 여민이의 20년후를 바라보는 마음은 첨엔 좀 찝찝했다. 그 아이가 말그대로 자기 자식 예쁜 줄만 알고, 남에게는 마음을 못 열고 자기 세계에만 갇혀사는 고슴도치가 된거야?하는 실망감... 누구나 그런 면이 있고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람만은 그렇지 않았음 하는 기대감이 무너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20년 사이에 있었던 상처-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실연, 그리고...-로 인해 마음을 닫게 했음을 보고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이 그 또한 고슴도치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주인공처럼 잘난척(?) 드러내보이지 않는 명신을 만나 많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조금씩 가시를 수그러뜨리는 과정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그 자체였다. 그리고 뭣보다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한 것은 작가특유의 유쾌한 글쓰기 솜씨였다. 조용한 독서실에서 책을 읽다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꽤 여러번 받았으니...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항상 비슷한 인물들만 나열해 놓는 게 싫어서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는데 작가에게 미안하게도 소설을 읽고난 후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다 고슴도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인간이 모두 고슴도치 아닌가, 누가 자신을 상처입힐까봐 가시를 곤두세우고 경계하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겉으로 드러내놓던 가시를 숨길 줄 아는, 아니 없는 것처럼 살 수도 있는...

이 글의 마지막에서 난 내가 찾던 '아홉살인생'의 귀여운 주인공이었던 여민이와 이 소설의 주인공 헌제가 동일인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민이가 이렇게 컸구나.ㅋㅋㅋ... 참, 이 책을 감동적으로 또는 재미있게 읽으신 분은 '아홉살 인생'도 한 번 읽어보세요.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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