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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기다리던 작가의 책을 만난 기쁨의 가을이다.
가을이 되니, 이제야 책이 손에 잡힌다. 많은 책들 중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책을 제일 먼저 잡았다. 그는 '찜'해둔 작가 중 한사람이기도하다. 그의 앞선 작품들이 주었던 스릴과 놀라움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독서란 가보지 않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누가 말한 것처럼, 항해의 시작은 장의 [악의숲]이다.
이야기는 참으로 방대하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남미의 여러 나라를 거쳐 원시의 숲 속으로...아마도 작가는 오랜 시간 자료를 검토하고 조사했을 것이다. 인류의 기원, 남미의 역사, 수사의 과정 등... 그 노력이 이런 재미의 책을 낳았으리라. 독자로썬 고마울 따름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넘치는 지성에 다소 부족한 연애세포까지. 두루 다 갖춘듯 하지만 또 어딘가 부족한 캐릭터가 주는 대리만족으로 어느덧 작품에 빠져들며 이미 주인공이 되어 있다. 파리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은 충격적인 공포감을 준다. 이미지는 없지만 작가의 상세한 묘사는 눈 앞에 현장이 벌어진 듯 현실감 있게 다가 온다. 인간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살육의 그 현장이 머릿속에 다 그려지다니...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을까? 그와 같은 '악'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수사판사 잔은 그 악의 근원을 찾아 악의 숲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명석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으로.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며 위기를 넘어서는 주인공의 모습은 '리틀 빅 히어로'다. '내'가 되고 싶지만 '나'는 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그래주기를 바라는 현실 속 '영웅'의 모습이다. 여기서 읽는 재미가 또 하나 더해진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범인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증거들, 잔혹했던 역사의 피해자들, 비뚤어진 가족의 비밀 등. 결국 악의 숲에서 만난 악의 근원은...그 광인은...어쩌면 주위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가 맞다. 역시 '찜'목록에 있을 만하다. 60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읽었다. 공포소설은 읽는 이가 불쾌하지 않으며 불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루키작가가 한 말처럼 불안한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그 불안이 참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