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평을 한다는 건, 할수록 주제 넘은 짓 같아 조심스럽고 힘들어진다. 내가 감히 어떤 책에 점수를 줄 수 있을까? 그런 능력이 있을까? 주저하고 망설여진다. 특히나 책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평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문내주고 싶은 책을 만났을 때엔 이야기는 급속도로 달라진다. 나는 평을 하고싶고 점수를 매기고 싶고 소문도 내고 싶다. 이 책을 꼭 만나라고, 왜 여태 못만났냐고...^^ 인문학은 어렵다는게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왜 인문학에 끌릴까? 학창시절 부족했던 공부에 대한 뒤늦은 갈증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난 인문학에 자꾸 눈이 간다. 이 책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에서만은 느껴질 수 없는 따끔하고 날카로운 지혜들이 가득하다. 바보짓을 하지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초연한 말투로 담담히, 그러나 일침을 가하며 들려준다. 내겐 꽤나 매력적이었다. 판화의 고전적인 느낌도 좋았고... 바보가 안 되려면 바보는 한 가지 특징이 있지. 조롱을 당하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그래서 바보 마르시아스는 살가죽과 털을 잃었다네. 어리석음은 맹목이라서 사람들이 웃어대면 웃음을 잘낫다는 칭찬으로 알아듣고, 따돌림 놀림감이 되어서도 좋다고 하네. 바보가 정색하고 달려들면...... 186쪽 바보가 안 되려면 중에서 책이 이렇게 멋질수도 있구나. 겉과 속 모두가 이렇게 근사할수도 있구나. 재미와 흥미 위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걱정스러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때 우리의 마음을 살찌울 좋은 책과의 만남을 적극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