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3
야마모토 켄조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쓸쓸한 듯 차분한 그림과 잔잔하며 따뜻한 내용이 잘 어우러진 감성동화이다. 

엄마와 둘이 살던 아이는 엄마의 사망으로 숙모네 맡겨졌다.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었지.' 
아이에겐 몸으로 느끼는 겨울의 추위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상처의 추위가 훨씬 컸을 것이다.
그래서 그림도 그렇게 추워 보이게 그려진 것 같다. 아이의 상황과 마음을 표현하느라...
나 또한 어려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과 성별이 다른 나이 많은 오빠.
일년 여 시간동안 외할머니댁에 맡겨진 적이 있었다.
그때의 심심하고 외로웠던 기억은 작은 아픔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나의 어린시절은 색깔로 표현하자면 이 그림처럼 갈색과 파란색이 주로 쓰여야 할 것이다. 

'내 친구는 세발이뿐이었어.'
사촌이 있었던 아이는 사촌보다는 떠돌이개 세발이에게 마음이 끌린다.
아마도 비슷한 처지의 세발이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쉬웠을 것이다.
연세 많은 할머니와 노는 것 보다 집에서 키우던, 덩치가 나보다 컸던 점박이 개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어린시절의 나또한 같은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친구 같은 개. 지금도 개와 함께 개집에서 소꿉놀이를 하던 그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남아있다.  

'세발이는 차갑게 얼어 있었어.' '눈은 우리에게만 내렸어.'
새로운 가족으로 들어갈 수 없던 가여운 아이는 세발이를 찾아나선다. 어디에도 없는 세발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세발이를 발견한 아이는 개를 도우며 자신도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사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다시 건강해진 세발이에게서 현실을 느끼고 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큰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세발이는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멈췄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
얄궂은 인생은 소년에게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짊어준다. 아이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을 것이다.
세발이와 헤어져 이제 또다른 삶을 겪어야 한다. 과연 이 둘은 다시 만날까, 소년을 어떻게 자랄까?  아픈 마음으로 어느새 이야기에 동화되어갔다.  

'눈을 감으면 그 길이 보이잖아. 세발이가 나를 보고 있잖아. 나는 계속 걸을거야.'
어느새 소년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컸다. 여전히 혼자이지만 마음은 늘 둘이다.
눈을 감으면 세발이가 보이니까. 그 따뜻한 추억이 가슴 깊이 자리해 소년을 어른이 되게 키워줬으니까.
어린시절 그 점박이 개와 나의 인연은 어떻게 끊어졌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함께 뛰어놀던 화창하던 여름날의 더위와 구수한 개의 냄새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의 전부다.
하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진다.
외로움과 심심함을 잊게 해주던 고마운 친구의 기억이다. 

책을 덮으며 코 끝이 찡해지는 감동이 전해졌다.  어린 소년의 외로움과 다 자란 소년의 여유로움이 그대로 전달된다.아이들도 책을 읽으며 시종일관 조용하다. 무언가 느껴지는가 보다.
화려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의미있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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