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의 눈물
장샤오쑹 외 지음, 김선자 옮김, 루셴이 외 사진 / 안티쿠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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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물 시리즈'가 인기를 모으고 있음이 또 하나의 책으로 증명된 것 같다. 아마존, 아프리카, 툰드라를 거쳐 이제 중국의 소수민족까지 우리가 관심 갖고 돌봐야 할 곳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앞선 문화 앞에 치이고 병들며 존폐의 위기에 닥친 그들의 삶의 터전이 안쓰럽고 불안하다. 그래서 제목도 '웃음'이 아닌 '눈물'이 아니던가!
나에게 중국 소수민족이란, 잊을만하면 가끔 TV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정도였다. 문명화 되지 않은 모습, 기이하고 독특한 모습, 순박하며 낙천적인 모습. 그들을 생각하면 이런 구절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기엔 사실 정보가 부족했다. 특이하게 보였던 그들 나름의 전통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제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를 얻었다. 우선, 이 책은 궁금증을 해결해 줄 만큼 풍부한 사진들이 실려있어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으니 인류의 숙제며 목적인 사랑에 있어서도 순응하고 욕심없이 살지 않을까? 씨족사회를 이루고 사는 지눠족은 씨족 내의 혼인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만약 씨족 내에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이들에겐 비극인 것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남녀를 <바스>라 한단다. 금지된 사랑에 아파하는 <바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내려오고 관습법과 감정에 대해 똑같은 존중을 표하는 그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모쒀인의 전통종교인 다바교의 의례를 집전하는 주재자인 다바. 이제 오직 한 명의 늙은 다바만이 남아 19대를 이어온 다바의 맥을 아들에게 전해주려한다. 그러나 아들은 전통 보다는 선글라스를 쓰고 차를 모는게 꿈인 현대인의 삶을 동경한다. 소수민족에게도 변화의 물결은 이미흘러 온 것이다. 이들 모쒀인의 놀라운 삶의 방식 중, 주혼이라는 것이 있다. 언젠가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들은 결혼은 하지 않고 부부관계만 맺고 함께 거주하지 않는다. 아이가 생기면 여성이 양육하고 여성의 집안 남자들이 그 아이들을 책임지는 형태다. 주혼관계, 모계와 부계가 병존하는 동거혼, 부계 가정 형태인 일부일처제가 모두 공존하는 이들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방식으로는 상상도 유지도 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신기함을 넘어 기이한 모습도 있었다. 재앙과 질병이 사라진다고 쟈취 먀오 사람들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300 마리의 소를 잡아 그 영혼을 조상에게 바치는 '흘고장'이라는 의례를 했다. 세심하게 고른 제물인 물소의 머리만 땅 위에 놓여있는 모습은 기이함을 넘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의미있는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온갖 정성과 열을 쏟아 의례를 치룬다. 이 문화도 5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들다 한다. 마른 물고기로 머릿수건을 두른 고사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기이한 모습으로는 장각먀오 사람들도 뒤지지 않는다. 성장기 여자들은 십여 근이 넘는 머리 장식을 얹고 다닌다. 평상시 여인들은 큰 나무뿔을 머리에 묶고 다니는데 그 불편함을 어찌 가늠할까. 하지만 그들의 몸 놀림은 품위있고 비범하다 하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사람의 손이 많아야 소수인 자신들의 민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형제나 자매들이 아내나 남편을 공유하는 다부다처제의 어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태아의 성별을 바꾸고 피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신비의 약초인 '환화초'를 조제하는 잔리 사람들의 이야기.
소수민족의 삶은 열악한 환경조건 속에서 그들의 대를 잇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었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은 그와 같은 처지에 놓여 보지 않았던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일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니 인류는 당장 무언갈 해야한다고 한다. 그것이 크든 작든, 외형이 신기하든 평범하든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 지키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미물일지라도 그 가치는 똑같다 하는데 하물며 인류의 다양성을 품은 소수민족의 의미와 가치는 얼마나 큰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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