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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독특하고 신선하며 재미있다,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감수하고 다음 장을 펼치게 된다.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은 모두 '찜'이다.'
사람들 마음 속에 동물 한 마리씩은 있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 속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특히, '남자들' 마음 속에 자리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대체 남자들은 어떤 동물을 키우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런데, 첫 이야기부터 심상치 않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 못할 상황이 이해하기도 전에 끝이났다.
"낯선 물체가 정원 전체를 뒤덮다시피 하고 있었다. 목은 이상한 각도로 접히고, 긴 다리 중 셋은 뻗고 나머지 하나는 몸통 쪽으로 구부린 채로....분명히 기린이었다.....정원에 드러누운 죽은 기린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 기린 중에서
부부싸움으로 아내가 집을 나간 뒤 느닷없이 나타나 정원을 차지한 죽은 기린. 이 어이없는 상황을 따라 가며 해결해 보려고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작가가 던진 물음에 내 머리만 아프다. 오죽하면 아내가 나갔을까? 남편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마음을 단단히 다진다. 그런데, 이 죽은 기린은 어떡하냔 말이다.
그리고,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속으로는 오만가지 불만과 분노를 뒤씹는 남자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답답한 남자는 또 어떤 동물에 속할까?
"프랭크는 손을 떨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알아차렸다. 자신이 세상에서 좋아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직장도, 집도, 불쌍한 엄마도, 텔레비전도, 자신의 낯짝도...빌어먹을. 최악이었다." - 금붕어 중에서
유난히 말이 없는 듯, 조용한 남자. 모른다 그가 마음 속에 어떤 상상들을 하며 세상을 위협할런지, 새삼 세상 남자들이 무서워진다.
작가의 상상력에 가장 놀란 이야기 중 하나는 "암소"였다. 외롭지만 여자를 사귈 주변머리가 없는 남자 앙리에게 찾아온 색다른 경험은 실로 놀라웠다. 유전자 변형이 정말 이런 놀라운 일도 가능케 할까?
"엄청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게 분명한 결론을 도출했으니, 그것은 짐승들의 겉모습을 젊고 아름다운 여자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 암소 중에서
이런 상상을 어떻게 했을까? 짝을 찾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외로운 시간을 괴로워하며 살아야 하는 이 남자에게 매력적인 사람의 모습을 한 암소는 도움이 될까? 그가 찾는 건 단순한 '이성' 이상의 것이었다. 대화도 나누고 감정도 나누는 이성의 인간인 것이다. 그의 외로움은 결코 동물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것이었다.두번째로 놀라웠던 이야기는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브루스 리에 대한 마구마구 펼쳐진 상상력이었다. 말도 안돼,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 발칙한 상상력 만큼은 인정해주고싶다.
이 책은 읽어봐야한다. 얼마나 독특하고 재미있었는지 아무리 말로 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맛이나 향기를 설명하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제 맛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드는 기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