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84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고통없이, 어려움없이, 마냥 편하고, 마냥 자유로운 행복이 주어지길 바라본다. 하지만 그런 유토피아는 만날 수 없는 것 같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꾸는 헛됨으로 현실이 조금은 절망적이게 된다. 현실이 때론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진다. 힘들고, 불행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역경이 목을 조르고 있으니 이곳이 바로 디스토피아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럴때면 진정 디스토피아란 무언인가를 잘 보여주는 이런 책 한 권이 상황을 반전시켜줄 것이다.
'자~, 봐라! 이것이 바로 디스토피아다. 네가 살고있는 세계가 이와 같은가? 넌 지금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나 진실인 거고, 당의 눈을 통하지 않고는 진실을 볼 수 없음이 더이상 윈스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생활을 감시당하고 날조된 과거를 통해 거짓 역사를 주입 받지만 윈스턴은 따르고 싶지 않다. 표정을 읽히지 않으려 평정을 가장하고 남몰래 일기를 쓰며 권력을 잡은 자들을 향해 작은 반란을 진행중인 것이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이라는 슬로건 아래 당은 인간을 철저히 통제하고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된다면 과거는 새로이 씌어진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그래서 그들은 사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윈스턴은 뼛속에 박힌 무언의 반항, 즉 우리가 처한 상황이 참을 수 없다든가 옛날에는 필경 지금과는 달랐으리라는 본능적인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당이 금하는 것들을 범하며 조금씩 무서운 결말로 다가가고있다.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금지된 물건들을 찾던 윈스턴은 혁명전에 사용되었던 '방다운 방'을 발견한다. 사랑도 금지되어있다.
사랑은 사회구성원을 낳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줄리아가 그에게 사랑인지 확신은 없으나 그녀를 향한 각별한 마음이 그들을 비밀스런 '방'으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반항과 그들의 밀회와 비밀스런 방은 결국엔 발각되리라는 것을.
'윈스턴, 자네는 이럴 줄 알고 있었어. 쓸데없는 희망은 걸지 말게. 자네는 이럴 줄 알고 있었어. 이럴 줄 늘 알고 있었다고.'
진실은 들통이 나고 감옥에 갇혀 감당하기 힘든 고문을 당한다. 이럴 줄 알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자유를 향한 갈망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인 것이다. 이제 당은 윈스턴의 이런 '본능'을 개조할 것이다. 그것이 당을 유지하는 힘이다.
'우리에게 반항하는 한 우리는 절대 처형하지 않아. 우리는 그를 개조하고, 그의 속마음을 움켜쥐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세상에서 육체적 고통보다 더 못된 것은 없었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도 없다. 당의 거듭되는 개조와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듯한 공포가 결국엔 그를 개조하고 속마음을 잡히도록 만들었다.
'목숨을 구하려면 딴 방법이 없고 단지 그 방법으로 목숨을 구하려 들어요. 그런 고문이 다른 사람에게 옮아가길 바라게 되지요. 다른 사람이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상관없어요. 자기만 모면하면 되는 거예요'
자신만 괜찮다면 자신만 안전하다면, 누가 어떻게 되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당이 인간을 통제하는 결정적 힘이었던 것이다.
평화롭게 자유를 누리며 오늘도 공부하는 나는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그래서 유토피아인 것이다. 그걸 깨닫게 해준 조지오웰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