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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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고통 끝에 낙이 온다는 진리를 경험하고, 희망을 붙들며 다가올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힘겨운 고비를 넘을 때 마다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지치고 절망적인 순간들이 있다. 그럴때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며 기운내라고, 한 발만 더 내딛으면 희망을 만날 수 있다고 전해준다면 차마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자, 이제 당신이 그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다. 임무는 은밀하고도 위협적으로 전달되며 결코 도망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스무살 택시 기사 에드에게 전해진 카드는 이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미래에 대한 욕심도 없는 태평한 청춘 에드에게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명령의 카드가 그의 인생도 함께 바꿔 놓는다.

때론, 어린 소녀와 함께 달리고, 때론 폭력적인 가장을 총으로 위협하고, 때론 기억력도 희미해진 할머니의 옛애인 역할도 하며 에드는 고비를 넘고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물론, 에드에게도 고비는 있다. 사랑하지만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여자친구 '소피',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온 엄마와 그 아버지를 닮은 에드의 풀지 못한 숙제 등 에드 자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돕는 일은 결코 완벽한 인생을 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도,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도, 모두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영웅이라고. 그러니 제발 주위에 눈을 돌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못해 해야했던 카드 속 명령들을 어느샌가 에드는 보람을 느끼며 수행하게 된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엔 자신을 돕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에드에게 이런 일들을 시키고 깨달음을 주려 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 '누구'가 밝혀지는 순간 '헉~'하고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첫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맞춰져 잘 짜여진 스토리는 읽는 내내 재미와 긴장감을 주었다. 재치 넘치는 대사, 정이 가는 캐릭터, 감각적인 문체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소설이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펼쳐들었던 것은 큰 실수였다. 동이 틀 무렵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  그 순간 깨닫는다.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달콤하고, 잔인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나는 결코 메신저가 아니다. 나는 메시지다.  _____ p.472

 

책을 덮으며 나도 조용히 되뇐다.
'내 인생도 이만하면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나는 특히나, 지난 시절의 내가 그랬듯이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금의 시간이 절망적이라 희망은 없을 것 같겠지만, 조금만 기운내 이겨낸다면 분명히 밝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거라고. 그땐, 지금의 역경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전해주고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청소년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 없으니 이 책을 메신저로 대신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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