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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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의 인생을 구하진 못했다. 하지만, 나의 일상은 구했다.
맵고 짜고 걸쭉한 걸 먹고난 후엔, 부드럽고 순한 맛을 찾게 된다. 책도 가끔은 편하게, 순하게 읽을 수 있는 휴식같은 내용이 필요하다. 꼭 식빵처럼! 진한 맛은 없지만 그 부드러움에 자꾸만 손이 가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듯이, 이 소설은 그랬다.  

뒤늦게 철든 50대 아저씨의 인생찾기라고나 할까.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비슷하다고 느낀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거다. 그 50대 아저씨 리처드가 어느날 갑자기 몸에 통증을 느끼며 삶과 죽음, 외로움과 온정을 생각하게 된다.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간호사의 친절한 눈빛이 그를 감동시켰다. 그동안 살아오며 그런 일을 의미있게 별 것으로 느꼈던 적이 없던 그가,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의 실체를 처음 느낀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그 나이가 먹도록 몰랐다니, 불쌍하기도 하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외로움의 공포도 처음 느낀 그는 이제 세상으로 손을 뻗는다.
'자, 나 여기 있어요. 뭐 할 일 없나요?'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깨고 나가려면 뭘 해야 할까? ...그리고 기분이 나아지고 싶다. 인생을 뛰어넘은 영웅이 되고 싶다....어떻게 하면 중년의 평범한 남자가 뭔가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남을 돕는 일이었다. 슈퍼마켓에서 울고 있던 아줌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다. 누가봐도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선심을 베푼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진심이었고, 남편의 멸시와 자식의 무시에서 신시아를 구해주었다. 앞 차의 비상등이 모스부호로 깜박임을 알아채고 납치범으로 부터 한 여자를 구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였다. 그가 영웅이 되려는 걸까.

'스스로를 위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하는 거지.' 라는 리처드의 말처럼 그저 도울 뿐이다. 그러면서 세상 속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는 것이다. 
오래도록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살던 사람의 일탈은 주위를 놀라게 한다. 누구보다 혼란스러운 건, 아들이다. 버리듯 남겨놓고 집을 나온 리처드였다. 그런 그가 가족을 찾고싶어한다. 아들에게 진정한 아버지로 다가가고 싶은 것이다. 늦진 않았을까. 그는 초조하고 긴장된다. 그런 아버지와는 달리 지치도록 기다리고 상처받고 억누르며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아들에겐 풀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다! 

이야기는 뻔한 줄거리로 흐른다. 능력있고 돈 많고, 성격 까칠한, 가족과는 생이별하며 홀로 지내던 남자가 어느날 깨달은 바 있어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를 얻고 가족을 찾는다는 어디서 봤음직한 진부한 구조다. 그런데, 뭔가 분명히 다른 것들이 이 소설로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것은 작가의 간결하며 차분한 문체와 깔끔한 감정 표현이 읽는 이를 후련하게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리처드가 만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간결하다. 쿨~하다! 징징거리지도, 야비하지도, 구차하지도 않다. 솔직하고, 담백해서 조금은 차가운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또한 이 소설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의 딱떨어지는 캐릭터! 마음에 쏙 들었다. 벌어지는 상황도 웃기다.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난다.  

이야기의 결말은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상상만을 남겨 놓고 기분좋게 퇴장하는 인물들의 뒷얘기는 아쉬움을 오래 남긴다.
앞으로도 리처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까? 아들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갈까? 부부가 재결합을 할까? 신시아는 홀로서기에 성공할까? 도너츠 가게는 대박이 날까? 닉은 어떻게 될까?....

 

평범함 속 비범함의 난리!
그래서 특별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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