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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ㅣ 뫼비우스 서재
존 하트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의 말이 참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일까?
그 경계의 모호함을 유지하며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형사사건 변호사로 오랫동안 일했다는 작가의 이력에서 소설의 치밀함은 이미 예견 되었다.
주인공은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최고의 변호사의 아들(워크)이며 그 또한 변호사이다.
복잡한 가정사를 비밀로 한 워크 피킨스 가족에게 불행이 닥친다. 아니 이미 불행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돈 밖에 모르며 여자를 우습게 아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사는 힘없는 어머니,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로 부터 멸시와 학대를 받는 딸, 아버지의 그늘에서 지시에 따라 살며 인생을 저당 잡힌 아들. 이 가족의 어디에도 가족의 기본인 사랑과 존중, 이해는 없다.
어느날, 어머니가 죽은 그날, 아버지가 실종 된다. 전화를 받고 나간 아버지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아직은 어떤 추리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스릴러 소설의 매력이지 않은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버지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또한 의문 투성이다.
이야기는 인물들과 그들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세한 묘사로 초반부는 책장 넘김이 빠르지 못하다. 여동생을 범인으로 생각하는 워크가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쓸 계산으로 사건에 뛰어들며 속도가 붙게된다. 그러면서 새로이 나타나는 인물들이 이야기의 폭을 넓혀주며 더욱 사실감있게 다가온다.
특히나 교도소의 모습, 경찰과 변호사의 관계, 법률적 해석 등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용의자로 지목되며 구속된 워크가 자신의 권리와 검찰이 범한 우를 꼬집는 장면에서 후련함과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은 늘 어긋나기만 했던 동생과의 관계와 형식적이었던 부부생활, 지키지 못했던 진정한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게 했고, 그가 잃었던 정체성을 찾게 해주었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그것은 남들과 완전히 격리되어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편집한다. 우리 스스로 타협도 하고 거짓말도 하는 것이다....내가 깨달은 사실은 이것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그에게, 동생에게 암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있던 종양이 드러내지며 새로운 삶이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래도 아버지라고...
이제 결말을 남겨두고 이야기는 긴박하게 달려간다. 누가 범인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고있을까?
작가는 이 부분에서 독자를 보기좋게 따돌려야 성공하는 것이다. 독자도 그걸 바라게 되고.
물론,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까지 나는 범인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버지가 이토록 추잡한 인간이었다면 죽음도 호사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책읽은 보람을 느꼈다.
촉망 받는 신예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다. 첫 소설이지만 그는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가고, 진지하게 다가가며, 깊이 있는 스릴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을 부푼 기대감을 안고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