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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라이프 2
김태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80년대에 꽤나 인기 있었던 영화 장르인 하이틴 무비를 21세기식의 하이틴 소설로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책이다.
80년대 당시 이상아, 하희라, 김혜수 등의 하이틴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이 보증되었었고, 그 내용도 비슷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10대들의 사랑, 방황, 아픔, 상처, 화해...등등.
이 소설은 그때 보았던 영화 중에 사랑에 촛점이 맞춰진듯한 이야기이다. 출중한 외모를 갖춘 주인공들이 그러하고 주인공의 사랑에 시종일관 치중한 이야기 전개도 그러하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음을 나타내는 과학의 발달 증거들 몇 개는 등장하지만, 큰 맥락에서 십대들의 사랑이라는 것은 꼭 들어맞는다.
마치 친한 친구가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딱딱하지 않은 문체가 읽기에 수월했다.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이다. 너무 편하다 보니 다소 문학적인 깊이는...깊지 않았다고 느꼈다. 여과없이 나오는 시쳇말들이 낯선걸 보면 나도 어른이 맞는가보다.
10대는 어리다는 생각, 아직 뭘 모른다는 생각. 10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동의할까?
나의 10대를 되짚어 보면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였다는 생각이 든다. 알것은 다 알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나이가 바로 그 나이가 아닌가. 사랑도 아픔도 지금의 내 마음과 같은 크기로 겪었던 것이다. 그러니 마냥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의 주인공들도 10대다. 고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18살이다. 춘향과 몽룡이 첫사랑에 성공했으니 부모가 되었음직도 한 나이다.
윤성인 부모가 이복큰누나의 치료차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여동생 윤영과 이복동생 하얀, 윤진을 돌보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살림을 하고 6살인 막내를 양육하며 동시에 학교를 다닌다. 현실적으로 참 보기 드문 집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인간사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을 때가 있는 것이니 너무 소설적이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윤성은 이복동생인 하얀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이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이 둘 관계에 하얀의 친구인 세라가 등장한다. 적극적인 성격의 세라는 윤성에게 구애의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런 자신감이 부럽다. 이 나이에도 없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그리 달라진 것인지...세대차이를 살짝 느끼며 대리만족하게 된다.
윤성보다 더 큰 사랑을 품은 하얀의 사랑은 결국에 성공할까? 짐작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든다.
고교시절 공부보다 사랑이 주 관심사였던 남녀공학을 다녔던 나의 과거에도 소설에서 처럼 10대들의 사랑이 가능했다. 어른들이 격하시켜 보던 그 장난이 분명 사랑...첫사랑이였다.
윤성과 하얀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확인한다. 어리지만 사랑에 있어선 어리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재혼한 부모의 사랑이 성급해 보일만큼..
무협지를 좋아하는 윤성이 매사를 강호에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야한 것을 밝힌다는 친구 김새식의 묘사도 재미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10대 남학생들은 이 모습이지 않을런지 짐작해본다.
낙엽이 막 지려할 때 찾아온 첫사랑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마음에 설레임을 심으며 유쾌하게 책을 읽었다.
그 나이 만으로도 예뻐 보이는 10대들의 순수한 사랑에 박수를 보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