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장미의 미궁 속에서 향기 짙은 이야기를 듣고 방금 나온듯,

후각을 자극하여 어느새 냄새를 찾아 고개를 돌리게 만들만큼 감각적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장미와 관련된 400년 전의 숨겨진 비밀을 찾는다는 어찌보면 흔한 소재의 소설이다.

또한 종교와 그 종교로써 이득을 얻으려는 검은 무리들의 등장 또한 비슷하다. 작가의 역량을 한껏 느낄수 있는 방대한 지식의 나열은 읽는 이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단점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가 느린듯 하여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했다.

엄청난 비밀로 여운을 띄운 것에 비해 그 결말은 심심한듯 양념이 부족한 음식을 먹은 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할 근거는 세밀한 묘사가 주는 생동감과 매력적인 등장인물의 지적 수준으로 대리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결코 넘어선 안될 선을 후손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선조의 선물이 바로 장미의 미궁에 감춰진 보물이다.

이를 찾아 세상의 종말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는 권력 쥔 자들을 등장시켜 현실 속에서 종말예언이나 휴거등을 상품화 하여 혹세무민하려는 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탈속적이고 무욕적이여야 하는 종교는 그것의 존재 이유 때문에 결국엔 세속적이고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가보다.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기에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엔 소설을 담기에 내 그릇이 작았다는 것이다.

 

주인공 루시가 알렉스의 동생 윌로 부터 받은 심장의 이식수술 후에 윌을 느끼며 그가 했던 행동이나 생각등을 따라 한다는 '세포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고 흥미로웠다. 세포에도 영혼이 깃든다는 것일까?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그것에 결론이 어찌 내려질지 관심이 가게되었다.

 

1600년대 초반 존 디 박사가 자기 집 주변의 땅에 많은문서를 묻은 것을 모티브로 그가 숨긴 보물을 한 가문에 대를 이어 딸들에게만 물려주었다는 사실과 허구가 그럴싸하게 맞아 사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정교한 소설이다. 지오르다노 브루노나 셰익스 피어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등장이 완성도를 높여준다.

 

여리디 여린 심장이식 수술 환자인 루시가 어느새 여전사가 되어 일의 해결을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점은 여성독자 입장에선 꽤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주요인물들 대부분이 뛰어난 지적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그러했다.

 

한 번으로는 소설을 읽었다하기에 부족함이 있는 책, 그래서 두 번은 읽어봐야 참 재미를 알 수 있는  책!

다시 책을 펼치며 느긋한 마음으로 만끽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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