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문 -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한 대표작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통쾌하다, 멋지다, 제법이다.

 

한한이라는 작가를 천재라 평했기에 어디 한 번 보자는 심산으로 책을 펼쳤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17세의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이 책을 썼다하니 뭐, 대충 봐도 답은 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나의 얕은 계산은 보기좋게 초반부에 무너지고 쑥스러워 얼른 퇴장해버렸다.

 

놀랍다. 이렇게 현란한 수사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기도 쉽지 않고, 생각한 것을 비유해서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너무도 매끄럽다. 거침없이 내달리며 어서 따라 오라 여유의 미소를 짓고있는 듯하다

 

한한 자신의 이야기를 린위샹이라는 인물과 전지적 작가시점의 화자를 통해서 들려주고있다.

현 중국의 교육현실과 그 속에서 방황하고 억압 받는 청소년들을 대변해 주고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이리도 비슷한지. 개방되고 발전된 우리의 현실과 그리 차이가 나지도 않으니 도대체 그동안 우린 뭘한 것인지...

 

소설 군데군데 중국을 꼬집고 호되게 꾸짖는 부분이 나온다.

예를들면,

"중국사람들 습성에는 몰래 훔쳐보는 버릇이 깔려 있는데 ..."

"중국의 교육제도가 정말 지나치다...죽은 책을 공부할 뿐만 아니라...공부로 인해 결국 죽게 되다니,"

"중국의 소질계발 교육이 성공한 것처럼 떠들어대고...천하의 모든 까마귀가 검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다"

등등의 지적은 중국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고 그의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기도하다.

소설은 현실이 녹아든 글자의 세상 아닌가.

 

린위샹의 주변인물들도 현실성 가득한 모습이다.

마작에 빠져 가정은 나 몰라라해도 자식의 교육엔 열을 내는 윗물이 탁한 어머니, 어찌 아랫물이 맑지 않다고 불평을 한단 말인지. 모순된 그녀의 모습에서 위선자들의 헛점을 읽을 수 있었다.

읽기 위한 것이 아닌, 보이기 위한 과시용으로 책을 모은 아버지, 그 역시 속은 비었으되 겉만 번지르르한 어른의모습으로  비틀어 꼬집고 있다.

린위샹의 중학교 문학부 선생님, 마더바오 역시 위의 두 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소설에 등장하는 기성세대는 하나같이 속물이고 위선자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한다.

 

그에 반해 학생들은 다르다.

제멋대로인듯 해도 각기 개성이 있고, 줏대도 있으며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신감이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심으로 변질되어 중국사회의 학생들에게선 빛을 잃고 있는 듯하다.

 

위샹의 짝사랑, 수잔! 어리지만 야무지고 현명하여 위샹을 진정으로 위하는 많은 행동들을 보여준다.

철부지 희망없는 위샹이 꿈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 노력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그녀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어른 보다도 성숙하고 바르다.

그 나이에 내겐 없던 모습이다. 오히려 나는 위샹과 비슷했다. 마음만 고쳐먹고 공부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잘 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학업은 뒤로 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허송세월한 나의 과거가 위샹과 함께 책 속에 있었다.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선시얼도, 잘난척이 하늘을 찌르는 치엔룽도, 남은 어찌되든 공부만 파고드는 위슝도 순수함이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웃고 떠들며 추억을 쌓아가는 찬란해야할 시간의 흔적들이 그들에게 없는 것이다. 그게 지금의 중국 학생들인가?

제도권 교육을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었던 그에게 그런 아픔의 학창시절이 있었는가보다.

모두가 느끼는 현실은 아닐거라 생각해본다.

 

자신감이 넘치는 문체로 시종일관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한한, 그의 다음 책도 무척 궁금하다.

서울에 온다면 그 모습도 꼭 보고싶을 만큼 이제 그의 팬이 되었다.

감히 천재적이라는 수사로 그를 설명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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