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씨, 꼭 한 번 만나고싶어요

삼봉이발소 1
하일권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6월

삼봉씨가 정말 있다면 만나고싶다. 내게도 그런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까? 사실 그 해답은 내 안에 있고, 잔인하게 현실적인 질문 속에서 찾아야한다.

 
작가 하일권이 삼봉이라는 인물을 통해 못난이 컴플렉스에 걸린 가엾은 영혼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 역시 잔인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사랑해야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외침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머리와 가슴은 얄궂게도 따로 놀기를 좋아하기에...못생겼으면 어때 개성있고 자신감 있으면 그게 더 낫지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나는 잘나고 예쁜 사람이고 싶다. 그런 사람이 내 주위에 많기를 바란다. 역시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약한 가슴이다.

 
외모바이러스라는 신종 전염병에 걸린 못생긴 사람들, 어쩜 삼봉의 말대로 마음이 못생겨서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 못생긴 사람들을 요상하게 긴 가위로 치료해주는 이발사 김삼봉. 삼봉의 이발소에 사는 고양이 인간 믹스. 정체가 뭘지 정말 궁금하다. 삼봉 이발소를 우연히 들르게 되며 맺게 된 인연으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장미가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촌스런 이름과는 달리 세련된 외모를 갖춘 삼봉인 어떻게 그런 능력을 지니게 되었을까? 책을 읽어도 그 이유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 역시나 다음 권을 읽어야 하려나? 보통 때는 고양이였다가 자신이 원하면 반은 인간으로 변하는 기이한 인물 믹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의 정체를 어찌 설정해 놓았을지 빨리 파헤치고싶다. 
 

삼봉이 외모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도 솔직하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솔직한 것은 잔인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듣는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처는 더 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작은 아픔일 뿐이다.

 
"남들이 네 내면의 좋은 점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마. 네가 그냥 보여지는 외모만 가리려고 네 안의 보석 같은 반짝이는 것들도 함께 가려버렸던 거잖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으니까"-삼봉의 대사

 
멋지다. 그렇다. 못생긴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외모만 그렇지 내면은 아름답다고?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누가 사랑해줄까? 외모에 대한 자신이 없는 나 또한 그랬다. 나를 향한 곱지 못한 시선을 공격적으로 방어하며 피하려 했고 싸우려했다. 그러면서 항상 나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나를 마주하고 나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가장 큰 적이었음을 이젠 알겠다.

 
그림도 마음에 든다. 너무 요란하지도 꽉 차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지켜준 그림이 보는 이를 편하게 해준다. 만화? 이젠 그게 어린이용이 아님을 다들 알지 않을까? 문학의 한 분야임을 삼봉씨가 다시 한 번 증명하고있다.

의혹만 남겨둔채 덮어야했던 책, 그 뒷 이야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