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주변을 잊고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등골이 오싹해서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괜히 열린 창문은 없는지 갑자기 세상이 무서워지기까지 하며 현실과 가상을 오고갔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주는 재미를 책으로 느껴봄은 영화를 보며 갖는 재미보다 크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가지에 가지를 치며 불어나는 이야기 전개,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기발함이 그 끝을 향해 쉼없이 나를 몰아부쳤다. 결국 드러난 진실. 충격적이라는 말을 써도 부끄럽지 않을 소설이다.

 

법의관 마우라가 그녀와 닮은 여인의 시신을 집 앞에서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예상 가능하듯이 입양되어 친가족을 모르는 그녀의 또 다른 입양아,쌍둥이 자매였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의 집 앞에서 살해되었을까? 혹시라도 직업적 원한관계에서 오는 보복성 살인은 아닐까? 그 궁금증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집으로 돌아온 임산부 매티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 감금된다. 도대체 누가 왜 그랬을까? 새로이 등장한 이야기에 마우라이야기와의 공통점을 찾으려 열심히 짐작해보지만 갑갑하기만 했다. 치밀하게 만든 관같은 공간에서 목숨만 연명하며 버텨야하는 매티. 범인의 의도가 너무도 궁금했다.

 

어서 결말을 알고싶은 생각에 뒤부터 펼칠까를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그렇게 나의 인내심을 키우며 책 읽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는 마우라를 입양하는데 도움을 준 변호사를 찾으며 풀리기 시작한다. 친엄마를 찾게 되고 남은 가족들도 차차 알게 되며 출생의 비밀과 가족의 잔혹한 비밀이 드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단서. 그 단서가 예상 밖의 사건으로 연결되며 마음을 놓고 있던 나를 기겁하게 만들고 끝맺음했다. 역시나 항상 범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데서 허를 찌르며 등장하는 것이다. 작가의 치밀함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뼈가 묻혀있던 산 속, 살해 현장이 되었던 마우라의 친엄마의 집이 나오는 장면은 오싹함이 극에 달할 지경이었다. 작가도 글을 쓰며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을까?

 

감금되어 생사가 불확실한 매티는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과 아기를 위해 용감하게 탈출한다. 그 방법 또한 기발하고 놀랍다. 작가의 아이디어에 또 한 번의 큰 박수를 보낸다.

매티뿐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여성들 대부분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당당하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강한 여성들이다. 작가가 여자라서 더욱 그랬을까? 의도한 것이겠지만 이렇게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했다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책의 시작 부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참을 읽어야 재미가 붙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첫 장면부터 호기심이 발동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꼭꼭 감추어둔 보물을 살짝만 보여주고 얼른 도로 감춘 후에 느끼는 감질이라고나 할까? 이미 테스 게리첸의 미로 속에 들어갔으니 그 끝을 찾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리라...

 

치밀하다, 매끄럽다, 오싹하다, 재미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무지하게 읽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여름에는 특히나 이런 책이 시원함을 줄 것이다. 순간 느끼는 소름돋음으로 온 몸의 열기가 사라진다.

궁금하다면, 관심이 간다면 망설임 없이 책을 들어도 후회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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