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어른인 내게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은 꽤나 크다. 우선 그림책을 선정할 때, 내용이 아무리 좋다해도 그림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그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 그림과 내용이 반반씩 적당한 비율로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잔잔한 그림책을 발견했다. 내용은 그림과는 달리 모험이라는 여정 속에 빠르고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코르크 마개다. 우리집에 없는 물건이라 딸아이는 그게 뭐냐고 이해를 못한다.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그림책 아니던가? 단 세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이라니...그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에 마음이 뺏겼다. 화려하고 요란한 요즘의 그림들에 살짝 신물이 나던 참이다. 멋지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 코르크가 떠있다. 아이는 '넘실대는'이라는 표현이 좋았던지 책을 덮은 후에도 걸핏하면 넘실댄다고 말 속에 끼워 넣는다. 파도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코르크는 물고기를 만나고 해마도 만난다. 날치 떼도 만나며 재미난 구경을 하게 된다. 물고기는 혼자 떠다니지만 결코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비 오는 밤, 힘겹게 날개짓하는 나비도 도와주고 무서운 상어와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코르크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인어와 돌고래, 펠리컨의 도움으로 해변으로 돌아온 코르크는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천생배필을 만난다. 과연 누구일까? 책을 다 읽을 때 까지도 난 짐작하지 못했었다. 아~ 그래서 코르크가 주인공이었구나? 절묘하다. 감동적이다. 아이는 모험이 주는 재미와 아슬함,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책을 통해 투영해 보지 않을까? 삶은, 세상은 살아 볼만한 거라고... 두루두루...정말, 두루두루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이다. 이런 그림책, 상 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