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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소설은 사실적인 요소에 작가의 개인적인 시선을 담아 주관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그 작가가 또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수많은 자료와 고문을 통해 팩션을 모으고 다시 소설화 한다는 그 방대한 작업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작가 한승원의 말처럼 13년의 사업의 결과물이라면 실로 엄청난 노력과 세월이다.
그래서 기꺼이 '역작'이라 하지 않았을까?
정약전 선생의 이야기 [흑산도 하늘 길]에서 다산의 제자인 초의의순스님의 이야기 [초의]로, 그리고 다시 다산의 후학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 [추사]로 이어지던 다산을 향한 그의 구도행각이 이 소설로 완결되어졌다. 그러니 읽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설에서 내내 등장하던 '두물머리'가 머릿 속에서 맴돈다. 이제는 그 옛모습 찾을 길 없이 변하였겠지만 다산이 어딘가에서 그 물길을 내려다 보았으리라 생각하니 새삼 그곳이 의미있어진다. 7년 전 찾았던 두물머리는 어느 구석엔지 숨은듯 자리해 찾기도 어려웠는데 직접 발 딛었을 때엔 다산과의 인연은 몰랐었다.
소설의 시작부터 가까운듯 느껴지는 다산!
이제 그를 만나러 간다.
'두 가지 약을 섞어 마신 정약용'이라는 소설의 시작이 말해주듯 정약용은 주자학과 천주학을 두루 아우르는 사상과 철학을 갖고 있었다. 꿈 속 이벽의 말은 아마도 다산 정약용 일생의 사업에 대한 해법과도 같다.
" 어느 한쪽 약만 먹으면 안 되고....고루 섞어서 마셔야만 합니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 정약용에 대한 배움에선 항상 '실사구시'란 용어가 나왔었다.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던 조선 후기에 선생의 삶의 모습은 선구자적인 것이었다.
어느 역사나 그러하듯, 진정 난사람, 된사람이 행세하기엔 세상이란 그릇이 너무 작다. 다산 역시 그를 해하려는 정적의 무리들과 끊임없이 싸워야했다. 그로인해 18년이라는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내야했다. 권력이 무엇인지 시공을 초월하는 그 힘이 사뭇 무섭다.
사도세자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정조임금은 쉽사리 누군가를 믿지 못하며 신임할 만한 신하일 경우엔 수시로 시험하곤했다. 기세등등한 노론파의 영의정 심환지와의 논전은 읽는 재미를 톡톡히 느끼도록 적당히 긴장되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다행히 운이 따라 주었던듯 다산은 결혼한 지 60년 되는 기념일을 맞을 만큼 긴 역사를 품었었다. 덕인 세자의 진맥을 하고 약을 처방한 바로 그 다음 순간 세자의 죽음을 보게 된 것이 이를 증명하듯 절묘하다.
역사가 이렇듯 재미있는데, 어찌하여 국사 시간은 그리 따분하고 답답했는지.
한승원 작가의 '다산'은 이를 충분히 증명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재미와 지식이 적당히 어울려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을 멋드러지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