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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아들
허성수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적의 아들. 제목부터 특이하다. 나와 적대 선상에 놓여있는 적이라는걸까. 아니면 붉은색을 의미하는 적이라는 걸까. 몽환적인 색채로 그려진 표지가 나를 절로 책으로 이끌었다.
일단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계명대 불문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실집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집이다. 불교와 기독교. 언뜻 보기엔 서로 맞지 않는 조합이 어떻게 글로 풀어진걸까. 예상하기가 힘들었다.
이 책엔 총 12편의 단편이 실렸다. 제목부터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다. 대충교회 교인들, 소녀와 신약성경, 유산, 할머니의 마지막 성탄절 등. 어떤 식으로던 기독교적 색채가 가미가 되었다. 각 단편은 기독교에 맞는 주제를 각각 가지고 있으며 부드럽고 유려한 방식으로 독자를 글 속 주제에 도달하게끔 만든다.
책을 읽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일단 문장이 굉장히 탄탄하고 가독성이 높다. 복잡한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각 단편이 담고 있는 주제를 풀어내는 데에 집중한다. 평소 내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글을 풀어낼 수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 하며 보게 되었다.
종교는 예민한 사안이라 잘못 글에 녹이면 보는 이의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성공한 책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잘 쓰인 책이다. 주제야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