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아니라 잘 살고 있다고...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에세이는 참 읽기 힘든 책입니다(물론 제 지식의 미천함 때문에 매번 헤매는 생소한 전문서적과는 또 다른 의미랍니다) 

글쓴이를 온전히 드러내는 글이 공감할 수 없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면 마치 결이 맞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것처럼 고역의 시간이 됩니다. 그래서 쉽게 손이 가지 않네요.

하지만 저와 나이대도, 현재의 상황도 공통점이 전혀 없는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세명의 작가가 쓴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그 다름이 거부감보다는 궁금함으로 채워지는 책이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작업책방’ 서점도 너무 방문하고 싶어졌습니다.

자신만 읽는 글이라는 기본값 때문에 사람들은 일기 속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일기떨기’ 그런 일기를 누군가와 함께 읽는다? 저 같은 내향인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네요(누군가에게 발가벗은 제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세 작가의 시도는 저에게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집니다.

오래 전, 수업시간에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가 혼자는 살 수 없는 사람을 표현한 글자라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혼자는 너무 좋은데 혼자는 너무 외롭다’라는 문장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너’를 보며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 그리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우리들.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작가의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걷는 그들을 상상하며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엉망이 아니라 잘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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