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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ㅣ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평점 :
우리가 세계사를 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책입니다. 교과서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책에는 고대에서부터 최근까지의 사건들이 모여 있습니다(요즘은 인터넷처럼 역사를 알 수 있는
통로가 훨씬 다양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런 방법들을 통해 쉴 새 없이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 큰 물줄기를 이루는 각각의 개인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세계사 책 속에서 읽어 내려가는 평범한 문장 속의 이름, 날짜, 특정한 단어 등으로 남지만 그들에게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이런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송영심 작가의 <영화보다, 세계사>는 그 질문의 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미국 노예제를 끔찍함을
알린 ‘노예 12년’, 여성들의
참정권 획득 과정을 그린 ‘서프러제트’, 인류 역사상 반복되는
제노사이드를 끔찍함을 고발하는 ‘호텔 르완다’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등 역사를 소재로 만든 대표적인 영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게도 송영심 작가의 <영화보다, 세계사>에 나오는 영화 중에는 이미 본 것도 많았습니다(아직 못 본 영화들은 제 위시리스트에 올라갔지요). 그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았던 영화가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룬 ‘서프러제트’였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실존 인물이 에밀리 데이비슨이 경마대회에서 달리는 경주마 앞에 뛰어드는 장면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난 후, 남았던 감정은 당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여성들의 처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었습니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는 모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우리는 영화 속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삶을 간접 체험합니다. 비로써 역사 텍스트로 존재하는 시간이 아닌 시대와 사람으로 소통하게 되지요(바로 영화의 힘입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역사가
영화의 소재가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만든 영화라도 완전한 사실은 아닙니다. 픽션이
가미될 수밖에 없지요. 송영심 작가는 <영화보다, 세계사>에서 영화 속 픽션을 정확히 구분할 뿐만 아니라 이후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모든 사건이 우리의 바람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었답니다.
송영심 작가의 <영화보다, 세계사>로 새롭게 보게 된 영화들. 영화로 더 쉬고 재미있는 역사. 하지만 그 경계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