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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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4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절대 반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대체물이라면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잘못된 신념이고, 욕망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말이다.

p.512

거짓말이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까닭은, 늦든 이르든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거짓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은 그렇게 강해질 수 없다. 가능하면 올바르게 살고 싶다. 착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한 거짓말이라도 그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없게 되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하게 된다.

p.513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진실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거짓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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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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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0

사랑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찰나다. 긴긴 정도 단숨에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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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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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8

돌아간다는 것은 돌아본다는 것이다.

p.109

봄날의 들판이 푸르게 물드는 것은 작은 풀잎 하나하나가 어깨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이, 하찮은 것들이, 별 볼일 없는 것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p.385

혼자 잘나서 출세하고 이름을 얻어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걸 착각하거나 망각하면 오만해진다. 겉은 멀쩡한데 영혼이 죽은 사람이 된다. `너`가 없으면 `나`는 없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나는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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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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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컨설턴트로서 구조조정을 자문해 주는 이가 있다. 의뢰인들로부터(조직, 단체, 개인 등) 회사에 자문이 들어오면 ‘나’는 의뢰에 알맞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토대로 회사는 전문가를 구해서 깔끔하게 구조조정을 해준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컨설턴트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 회사의 실체는 완벽한 살인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는 ‘킬러’ 컨설턴트 회사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완벽한 살인을 계획해주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PC통신 시절, 추리 소설 동호회에서 자신의 습작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나’는, 군대를 제대한 후, 컨설턴트 회사의 헤드 헌팅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범죄소설을 기획해 줄 것을 제안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시나리오 기획의 대가로 제시 받자, 이내 수락하고 만다. 강원도의 작은 콘도에서 세편의 소설을 쓰고 난 후,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온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안감의 실체와 대면하게 된다. 바로 자신이 쓴 소설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소설 속 완벽한 살인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살인의 주동자는 아니지만, 살인을 간접적으로 도와 준 배후자 역할을 톡톡히 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충격과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던 거야.”

 - 본문 79P 중에서 -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며, 현실과 타협하게 된 ‘나’는 바로 그 컨설턴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완벽한 살인을 계획하는 컨설턴트로 회사의 중요 인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자신의 전 여자 친구였던 현경을 구조조정 의뢰를 부탁 받게 되고, 고민 끝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얼마 후에, 현경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고, 현경의 남겨진 유서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몹시 괴로워하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정해놓은 내 삶에서, 회사의 그림자에서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으리라.

나는 마치 계시라도 기다리는 표정으로 소파에 파묻혀 TV를 노려보았다.

내가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이, 이 삶을 벗어나는 탈출이 무엇일까.  

때 번뜩 무언가 떠올랐다.

콩고에 가보는 거다.”

- 본문 222P 중에서 -
 


마운틴고릴라를 보기 위해 콩고에 간 ‘나’는 삼인조 납치범들에게 인질이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동안 모두가 외면했던 또 다른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콩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바로 우리들 모두가 공모자이며 종범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백인들의 식민지 정책으로 시작된 내전은, IT인프라의 발전과 더불어 첨단 전자제품의 증가로 인하여 가속화 되어 갔다. 전자제품에 꼭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탄탈 콘덴서의 탄탈은 바로 콜탄이라는 광물로부터 얻어지는데, 선진국들이 콜탄 광물을 얻기 위해서 콩고 정부와 반군에게 돈을 지불하였고, 지불된 돈으로 정부와 반군들은 무기를 샀으며, 그 무기로 인하여 내전은 더욱 격화되어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내전으로 희생된 자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더 웃기는, 정말 웃기는 게 뭔 줄 아나?

이 공모 살인의 책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거야.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르겠어.

다들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 본문 257P ~ 258P 중에서 -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컨설턴트 - 임성순』, 이 책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킬링 시나리오 작가’라는 독특한 소재를 발판으로 삼아 그 동안 우리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셀 수 없이 많이 행해진 살인의 배후에 우리들 모두가 동조하거나 공모하던 끔찍한 우리들의 모습을 세상에 낱낱이 까발려 주고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나비효과’ 처럼 우리들의 무관심과 방조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아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깊이 반성하며 반성한다.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세상은 한층 살맛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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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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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깨져버린 환상!
어렸을 적,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TV 드라마 속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과 해피엔드로 마무리 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켜보면서 나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어여쁜 아내를 맞이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부푼 희망을 꿈꾸며, 일찌감치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꿈꾸었던 결혼 생활이 신기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결혼은 현실이었고, 현실은 냉혹했다. 서로에 대한 사랑만으로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철부지 시절의 사고는 명백한 착각이며, 오류였다. 현실을 너무 간과했던 것일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 연애를 할 동안 느꼈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 그리고 낭만과 열정이 결혼을 한 후, 일상생활에서도 계속해서 이어 질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는 결혼이라는 현실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괴리감과 아픔들로 인하여, 결국 서로에 대한 불협화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들어 하며 한숨짓는 많은 부부들을 우리들 주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아내의 생각!!

 

“쇼조와 결혼한 지 10년이 된다.
하지만 히와코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어쩐지 실감 나지 않는다.
신혼은 아니지만 안정된 부부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저 둥둥 떠 있다. 의지할 곳 없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





- 본문 8P 중에서 -

 

결혼 생활에 부푼 꿈을 꾸었던 히와코. 하지만 쇼조와의 결혼 생활은 낯설고, 밍밍하기만 했다. 결혼 전에 말수가 적었던 히와코는 쇼조와 결혼을 한 후, 쇼조에게 만은 먼저 말을 걸 만큼 적극적인 아내로 변했지만, 남편인 쇼조는 “응”, “그냥”, “어” 라는 짧은 단답형 대답을 하거나, 다소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을 뿐,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남편의 성의 없는 대답을 들어도 언제나 웃음 짓는 히와코.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히와코에게 쉽게 단념하는 법과 웃는 습관이 몸에 베도록 만들었다. 항상 남편과 함께 하고 있지만, 외롭고, 쓸쓸함을 느꼈던 히와코는 언제 부터인가 진실(?)을 말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만, 끝내 입 밖으로 쏟아 내지는 못한다.

 

“히와코는 쇼조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인 쇼조에게 아낌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서글펐다.
쇼조와 마주하기보다 쇼조의 빨랫감을 마주하는 편이 행복하다는 것이,
 쇼조와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더 쇼조를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 본문 97P 중에서 -





 

남편의 생각!!!

 

“편의점에서 뜻밖에 아내와 마주쳤을 때, 자신의 소유물이
공공의 것과 뒤섞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와 같은 놀람과 불안함,
그 저변에 희미하지만 분명히 기쁨 같은 것이
숨어 움직인 사실을 쇼조는 인정했다.
릴랙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방심해진 한순간이었음을.”



- 본문 93P 중에서 -

 

남편은 세상으로부터 아내를 지켜 내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여겼다. 자신의 방법으로 말이다. 아내의 테니스 레슨을 먼발치에서 묵묵히 지켜보거나, 밤 12시에 편의점에 쓰레기봉투를 사러 온 아내를 나무라면서 남편은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방식은 아내를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 뿐이다. 아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남편. 따스한 말 한마디를 원했던 아내. 하지만 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그저 단답형인 대답을 하거나, 엉뚱한 말만 주절거릴 뿐. 아내의 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근처 공원에서 열린 알뜰 시장에서의 쇼핑에서도,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잡다한 과자가 들어 있는 빨간 장화 모양의 용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던 아내의 부탁도 언제나 그렇듯 남편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막무가내로 행동하였다. 그러면서 남편은 아내를 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이 책에서 등장하는 쇼조와 히와코 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상반된 곳을 바라보며 생활한다. 연애 시절에는 몰랐던 배우자의 단점들을 결혼과 동시에 깨달아 가며, 몸도 마음도 지쳐 간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어 왔던 것일까? 성공에 이르는 결혼 생활은 자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는 순간에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이 법칙은 유효하다. 사소한 일부터 자신을 버리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예전과 달라진 결혼 생활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멋진 배우자를 원하는 사람이 되기 보단, 자신이 먼저 멋진 배우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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