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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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컨설턴트로서 구조조정을 자문해 주는 이가 있다. 의뢰인들로부터(조직, 단체, 개인 등) 회사에 자문이 들어오면 ‘나’는 의뢰에 알맞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토대로 회사는 전문가를 구해서 깔끔하게 구조조정을 해준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컨설턴트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 회사의 실체는 완벽한 살인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는 ‘킬러’ 컨설턴트 회사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완벽한 살인을 계획해주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PC통신 시절, 추리 소설 동호회에서 자신의 습작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나’는, 군대를 제대한 후, 컨설턴트 회사의 헤드 헌팅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범죄소설을 기획해 줄 것을 제안 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시나리오 기획의 대가로 제시 받자, 이내 수락하고 만다. 강원도의 작은 콘도에서 세편의 소설을 쓰고 난 후,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온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안감의 실체와 대면하게 된다. 바로 자신이 쓴 소설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소설 속 완벽한 살인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살인의 주동자는 아니지만, 살인을 간접적으로 도와 준 배후자 역할을 톡톡히 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충격과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던 거야.”

 - 본문 79P 중에서 -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며, 현실과 타협하게 된 ‘나’는 바로 그 컨설턴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완벽한 살인을 계획하는 컨설턴트로 회사의 중요 인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자신의 전 여자 친구였던 현경을 구조조정 의뢰를 부탁 받게 되고, 고민 끝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얼마 후에, 현경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고, 현경의 남겨진 유서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몹시 괴로워하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나는 내가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정해놓은 내 삶에서, 회사의 그림자에서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으리라.

나는 마치 계시라도 기다리는 표정으로 소파에 파묻혀 TV를 노려보았다.

내가 결코 하지 않을 선택이, 이 삶을 벗어나는 탈출이 무엇일까.  

때 번뜩 무언가 떠올랐다.

콩고에 가보는 거다.”

- 본문 222P 중에서 -
 


마운틴고릴라를 보기 위해 콩고에 간 ‘나’는 삼인조 납치범들에게 인질이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동안 모두가 외면했던 또 다른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콩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바로 우리들 모두가 공모자이며 종범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백인들의 식민지 정책으로 시작된 내전은, IT인프라의 발전과 더불어 첨단 전자제품의 증가로 인하여 가속화 되어 갔다. 전자제품에 꼭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탄탈 콘덴서의 탄탈은 바로 콜탄이라는 광물로부터 얻어지는데, 선진국들이 콜탄 광물을 얻기 위해서 콩고 정부와 반군에게 돈을 지불하였고, 지불된 돈으로 정부와 반군들은 무기를 샀으며, 그 무기로 인하여 내전은 더욱 격화되어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내전으로 희생된 자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더 웃기는, 정말 웃기는 게 뭔 줄 아나?

이 공모 살인의 책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거야.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르겠어.

다들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 본문 257P ~ 258P 중에서 -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컨설턴트 - 임성순』, 이 책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킬링 시나리오 작가’라는 독특한 소재를 발판으로 삼아 그 동안 우리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셀 수 없이 많이 행해진 살인의 배후에 우리들 모두가 동조하거나 공모하던 끔찍한 우리들의 모습을 세상에 낱낱이 까발려 주고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나비효과’ 처럼 우리들의 무관심과 방조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은 아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깊이 반성하며 반성한다.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세상은 한층 살맛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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