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씻는 날 학고재 대대손손 5
이영서 글, 전미화 그림 / 학고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책거리라는 것을 했다.

책을 한 권 다 읽고나면 음식을 사서 먹고 노는 것이라고 하며 책거리하는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 행사가 없었던 것 같다. 한 학년이 지나면 책거리 비슷한 걸 하기는 하지만 자주 하는 행사가 아니어서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여름방학 전 지인이의 반에서는 책을 다 뗀 것을 기념하는 자그마한 선물을 나눠가졌다.

일종의 책거리였다.

아직도 이런 전통이 남아 있구나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다.

 

''학고재'의 '책 씻는 날'이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거리가 생각났다. 왠지 비슷한 전통이 아닐 까 싶은 생각에 구입했다. 잊혀져 가는 그리고 잘 몰랐던 전통을 알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글쓴이는 이영서.

느릿느릿 책을 읽는 게으른 독서가라고 한다.

'책과 노니는 집'으로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말썽쟁이 티노를 공개 수배합니다' 등의 책을 썼다.

 

책의 주인공은 김득신..

'몽담'이라는 어릴 적 이름을 가진 분으로 어리석고 둔한 까닭에 열살이 되어서야 겨우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 속도가 느려 공부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지만 포기하지 않고 김득신이 글을 읽은 기록을 적은 독수기에는 그가 만 번 이상 읽은 글의 목록 서른여섯 편이 실려 있다고 한다.

그중 중국 상나라 때의 충신 이야기 '백이전'은 무려 1억 1만 3천 번을 읽었다..그럼에도 구절을 기억 못했는데 이런 노력으로 환갑을 앞둔 59세에 문과에 급제했다고 한다.

 

책 씻는 날은 김득신의 어린 시절 일화와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쓴 이야기이다.
 

  

 

  

한 권의 책을 다 뗀 아이가 떡과 음식을 장만하여 스승님과 동무를 대접하던 것을 '책씻이'라 불렀다고 한다.

책거리 또는 책례라고도 했다는데 책이 흔치 않던 시절 다 읽은 책을 깨끗하게 손질하여 후학들에게 물려준다는 의미에서 '책씻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책씻이의 첫 번째 순서는 배강으로 책을 앞에 놓고 뒤돌아서서 막힘 없이 외우는 것이다. 배강을 마치면 '단자수신'이라는 성적표를 받는 데 살면서 지키고 경계해야 할 내용을 담는다.

음식을 장만하여 나눠 먹는 것은 공부를 가르쳐준 스승에 대한 감사와 어려운 공부를 무사히 마친 학동을 축하하는 의미이다.

예전처럼 책을 손질하여 후배에게 물려두는 일은 이제 없지만 가르침에 열심을 다한 스승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부지런히 익힌 학생들의 노고를 축하하는 '책씻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은 꾸준히 이어지면 좋겠다는 작가의 당부가 실려 있다.

 

몽담은 같은 구절을 여러 번 되뇌인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할 정도로 되뇌이지만 몽담이는 둔한 아이라는 평을 듣는다. 천 번을 읽어도 뜻을 깨치지 못하고 첫 구절조차 외지 못하니 외는 소리에 따라다니는 종놈이 오히려 글을 욀 정도니 주변에서는 글공부보다는 활쏘기 등을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절망하는 몽담이에게 아버지는 몽담이의 태몽을 알려준다.

주나라 노자가 나와서 노자의 다른 이름 담, 그리고 꿈에 나왔다하여 몽,몽담이라 지었다고 알려준다.

용기를 얻은 몽담이는 친구들이 책을 다 떼고 책씻기를 할 때도 늘 눈물바람이었지만...

너덜너덜 닳은 책으로 드디어 책씻기를 할 수 있게된다.

책을 씻게 된 날 대청마루에는 둥근 경단, 오색 송편, 맛난 국수를 올린 상이 차려진다.

해를 닮은 둥근 경단처럼 학문으로 세상을 비추라는 어머니의 바램과 속이 꽉 찬 송편처럼 머릿속을 배움으로 꽉 채우라는 동료의 조언 그리고 국수 가락처럼 길게 배움을 이어가라는 훈장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

 

정말 둔한 사람이었지만 엄청난 끈기를 가지고 있던 점이 놀라웠다.

지인이도 처음에는 웃었지만 책씻기를 하게 된 몽담이를 보더니 자랑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독후 활동으로 공부에 열심인 몽담이에게 상장주기를 한다.

'지인아 너도 몽담이처럼 끈기 있는 사람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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