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의 특별한 하루
세바스티앙 무랭 지음, 박정연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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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보아도 아이들과 나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완두!!!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완두의 그림작가 세바스티앙 무랭이 쓰고 그린 책이다.

요새 식집사로서 초록이들에게 폭 빠진 나는 책 표지에서부터 이미 힐링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만나는 시원한 푸르름은 그림으로 우선 루이의 특별한 하루하루들을 충만하게 느끼게 한다.

표지의 루이는 활짝 웃는 모습이지만 사실 루이는 여러모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아이이다.

부모님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고,

부모님과 함께하지 않은 하루들은 온통 배우는 일정이 가득한 삶으로 꾸려져 나간다.

루이는 그저 시간에 질질 끌려다니는 일상을 살고, 표정은 말할 것도 없이 어둡다.

아이가 많이 지쳐보인다.

곁에 있던 엑토르 아저씨는 이런 루이의 마음을 알고, 열대식물원으로 데려가서는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아마 오늘날의 많은 아이들이 루이와 같이 바쁜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 않을까.

루이의 어두워지는 표정, 무거운 발걸음을 알아챈 엑토르 아저씨가 있어 루이는 그나마 행복한 아이인걸까.

우리 아이의 곁에는 엑토르 아저씨같은 존재가 있을까.

내 아이의 표정과 마음은, 그리고 일상은 이 책의 앞부분의 루이와 비슷할까, 아니면 뒷부분의 루이와 비슷할까.

그렇다고 매일을 엑토르 아저씨처럼 차를 돌려 식물원에 데려갈 수 있는 일인가.

루이의 일상에서 덜어내야한 것은 무엇일까. 내 아이의 일상에서는.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나에게 있는가. 내게 그 용기가 있는가.

아니, 내가 그것을 해야하는가, 하지 않아야하는가.

사실 이 책은 참 반성문같은 책이었다.

책을 덮고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를 두드려댔다.

하루종일은 아니더라도, 엑토르 아저씨와 같은 눈빛과 마음으로 아이를 순간순간 들여다 보았던 하루라면, 그것이 특별한 하루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그림책을 통해 보는 루이의 마음은 이렇게 읽어내면서, 정작 나는 내아이의 마음을 알기가 참 어려운, 한참은 부족한 엄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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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 북멘토 그림책 2
김지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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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잰과 같이 책을 열었다.
함께 읽으면서 딱 우리 잰의 이야기다 싶었는데, 읽으면서 잰이 말한다.
“나도 그런데..”

주인공은 순간순간 할까 말까의 연속이다.
그 마음의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일어날까, 말까.
나갈까, 말까.
인사할까, 말까.
할까, 말까...
이 책의 주인공처럼 우리 잰도 그랬다. 다만 우리 잰의 갈등은 내가 알아챌 정도로 드러났다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라고 할까.
“안녕하세요.”큰 소리로 인사하기가 그렇게나 쑥쓰러운 아이.
집에 와서는 유치원 선생님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선생님과 엄마와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얼음이 되는 아이.
달리기를 그렇게 잘하면서도 큰 운동장에서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니 절로 얼음이 되어 선생님이 엉덩이를 밀어주어 겨우겨우 결승선까지 다가갔던 아이.
판 뒤집기 게임에서 그 넓은 운동장에서 아이들 모두가 바삐 판을 뒤집는 동안 우두커니 서서 그 시간을 우뚝 서서 견디었던 아이.
누군가 초콜릿을 주면 언니가 옆에서 대신 “고맙습니다.”라고 해주었던 아이.

그랬던 아이가 학교를 갔고, 인사도 잘하고, 달리기도 1등을 하고, 어제는 줄넘기를 20번을 했다고 했다. 사실 나도”안녕하세요.”인사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그런 아이였기에 잰의 속도가 있겠거니 싶어, 잰 대신에 잰 뒤에서 마치 엎히는 동작으로 함께 “안녕하세요.”인사하고는 했다.

주인공이 “넘어!”라는 선생님의 응원에, 넘을까 말까 고민하던 장대를 훌쩍 넘어버린다.
넘어간 것은 순간.
울 잰에게도 올해 입학이란 사건이 주인공이 훌쩍 넘긴 장대와 같다는 생각이다.

다 읽고 나서 “나도 그런데...”라고 고백할 수 있는 아이의 말에서
우리 잰은 이 장대를 한 번 훌쩍 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의 마음의 소리가 데굴데굴 굴러 나온 것만으로도 참 소중했던 읽기의 순간을 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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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바라가 왔어요
알프레도 소데르기트 지음, 문주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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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낯선 카피바라가 왔어요.

다들 카피바라를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카피바라라는 낱말을 접했고, 모습을 보았어요.

댕글댕글한 눈에 긴장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카피바라의 모습이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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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대표하는 카피바라와 가축을 대표하는 닭,병아리네는 공존하기 위한 몇가지 규칙이 있어요.

책을 보면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함께하기에 너무 먼 당신들’이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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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들은 그렇잖아요.

어디 그 규칙이라는 것이 항상 지켜야하는 것인가요?

규칙은 어기라고 있는 것 아닌가요?

어른들이 겁먹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만든 그 규칙들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다가온 본능적인 감각으로 깨부수고 말죠. 그리고 이어지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그 뒷장들에 담겨있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대략적 줄거리 설명은 여기에서 멈출게요.

끝까지 읽고 난 제 느낌은, 통쾌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방면에서 생각이 들더라구요.

규칙은 꼭 지켜야하는 것일까?

규칙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할까?

함께 연대했을 때 우리가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선 사고의 필요성.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소통했던 카피바라와 병아리처럼, 진심이 기반되어 이룰 수 있는 참된 의사소통.

긍정적인 협력이 가져올 수 있는 확장성...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생각거리가 줄줄이 나올 수 있는 멋진 책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여기에, 다른 한 번은 저기에 초점을 맞추어가면서 읽기에 참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귀여운 그림과 이야기에 담긴 많은 질문들이 있는 책, 너무나 사랑합니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이 거의 전부이다 싶은 그림인데, 참 사랑스럽고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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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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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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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아드리앵 파를랑주!?

이 이름에 우리집 책장에서 다른 그림책을 얼른 뽑아 왔다.

<리본>

세상에나~리본의 작가라니. 그런데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 리본 작가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모르겠어.

그러게. 엄마도 그랬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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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참 창의적인 작가인 것 같아. 그렇지?

이렇게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시도하고 말이야.

판화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끈하고 선명하게 표현된 것이 아니라 살짝 덜찍힌 느낌의 모습이 나타나있어 그 매력을 더한다. 어떤 판화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소개 문구가 있다.

" 〈내가 여기에 있어〉는 감각적인 리노컷 그림책이다. 리노컷은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리놀륨 판을 깎아서 표현하는 볼록판 형식의 판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구성 요소를 조각하고 스캔한 다음, 퍼즐 조각처럼 재조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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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지를 살펴보니 가득찬 엑스. 이 엑스는 어떤 암호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면 우리는 암호를 풀어낼 수 있을까?

면지도 작가의 의미를 듬뿍 담아 표현한다는 것을 알기에 허투루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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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한 밤 중, 포근한 이불 속.

그런데 그 평화 속에서 찾아온 무언가가 있다. 바로 뱀의 꼬리이다.

주인공은 그 뱀의 꼬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주인공이 옮기는 장소장소는 독자가 넘겨주는 책장으로 쭉이어진다.

양면에 가득 담긴 화면은, 사실은 한 장, 한 장을 넓게 펼쳐본다면 아주 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될 것만같다.

내가 잡고 있는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아주 길다란 병풍책과도 같은 느낌이다.

소년은 아주, 무척 긴 뱀의 몸통을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생명들, 자연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된 뱀의 얼굴.

그런데 뱀은 외롭고, 어떤 면에서는 슬퍼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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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뱀에게 아이는 넌지시 이야기해준다. 뱀을 감싸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그 따뜻함을 풀어내는데

뱀의 몸이 길었던 것처럼, 소년의 여정이 길었던 것처럼,

그 이야기도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림은 하나 없고 글씨만 뱀의 몸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이 장면은

여태까지 넘겨온 앞장들을 다 그려낸 것과 같다. 이미 이 장면에 머무른 순간 앞장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흘러온 2020년 우리는 많이들 허무하다고 말한다.

무기력해졌고, 자꾸 기분도 처지기 마련이고, 한 해를 송두리채 도둑맞은 것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럴 때 이 소년이 톡톡톡 나를 치며 말한다.

'아니야.

무관심한 도시의 거리에서, 너는 어떤 연인을 하나로 묶어 주었어. 가냘프고 어린 풀들을 행인의 발길로부터 보호해 주었어. 누군가에게 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주었잖아...'라고.

내가 어디선가 이 뱀과 같은 존재였고, 또 누군가 나에게 이 뱀과 같은 존재였겠지.(사실 뱀은 싫지만.;)

작고 선한 영향력들을 떠올리니,

허무한 마음이 가시고 힘이 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 속 따스함들.

나도 소년과 같이 엑스를 새겨본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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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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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자마자 사랑스러운 색감과 귀여운 오드리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표지에서부터 느낌이 오지만, 안에 있는 삽화와 이야기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멋진 책이다.

아무래도 빡빡한 글보다는 이런 그림이 섞여있는 편집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쓱 훑어보더니 우선 첫인상 합격점!

 

책을 읽는 것이 학습이고 의무가 아니라, 재미이고 즐기는 과정이길 바라는 엄마로서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한 책을 찾는 것은 낙이기도 하고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추리라는 요소는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부분인데,글밥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작가판 아이들이 읽을 만한 추리동화라니~너무나 반가웠다.

주로 추리동화가 고학년 아이들부터 읽을만하고 외국작품들이 많아 아쉬웠는데,이 작품은 중학년도 부담없이 책을 집어들고 추리의 세계에 폭 빠질 수 있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오드리라는 개의 추리가 이어지는 책이다.

똥개라는 평가를 당당히 거부하며, 자존감 뿜뿜인 오드리.

그런 오드리의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참으로 멋지다.같은 상황에 있어도 누구나 오드리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터. 삶에 있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드리의 태도를 보며 은연 중에 느낄 수가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내용에 푹 빠져서 오드리와 함께 추리를 하고, 그 여정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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