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아드리앵 파를랑주!?

이 이름에 우리집 책장에서 다른 그림책을 얼른 뽑아 왔다.

<리본>

세상에나~리본의 작가라니. 그런데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 리본 작가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모르겠어.

그러게. 엄마도 그랬을 것 같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 작가는 참 창의적인 작가인 것 같아. 그렇지?

이렇게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시도하고 말이야.

판화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끈하고 선명하게 표현된 것이 아니라 살짝 덜찍힌 느낌의 모습이 나타나있어 그 매력을 더한다. 어떤 판화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소개 문구가 있다.

" 〈내가 여기에 있어〉는 감각적인 리노컷 그림책이다. 리노컷은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리놀륨 판을 깎아서 표현하는 볼록판 형식의 판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모든 구성 요소를 조각하고 스캔한 다음, 퍼즐 조각처럼 재조립했다. "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면지를 살펴보니 가득찬 엑스. 이 엑스는 어떤 암호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면 우리는 암호를 풀어낼 수 있을까?

면지도 작가의 의미를 듬뿍 담아 표현한다는 것을 알기에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톡톡톡...한 밤 중, 포근한 이불 속.

그런데 그 평화 속에서 찾아온 무언가가 있다. 바로 뱀의 꼬리이다.

주인공은 그 뱀의 꼬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주인공이 옮기는 장소장소는 독자가 넘겨주는 책장으로 쭉이어진다.

양면에 가득 담긴 화면은, 사실은 한 장, 한 장을 넓게 펼쳐본다면 아주 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될 것만같다.

내가 잡고 있는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아주 길다란 병풍책과도 같은 느낌이다.

소년은 아주, 무척 긴 뱀의 몸통을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생명들, 자연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된 뱀의 얼굴.

그런데 뱀은 외롭고, 어떤 면에서는 슬퍼보이기도 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런 뱀에게 아이는 넌지시 이야기해준다. 뱀을 감싸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그 따뜻함을 풀어내는데

뱀의 몸이 길었던 것처럼, 소년의 여정이 길었던 것처럼,

그 이야기도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림은 하나 없고 글씨만 뱀의 몸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이 장면은

여태까지 넘겨온 앞장들을 다 그려낸 것과 같다. 이미 이 장면에 머무른 순간 앞장들을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흘러온 2020년 우리는 많이들 허무하다고 말한다.

무기력해졌고, 자꾸 기분도 처지기 마련이고, 한 해를 송두리채 도둑맞은 것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럴 때 이 소년이 톡톡톡 나를 치며 말한다.

'아니야.

무관심한 도시의 거리에서, 너는 어떤 연인을 하나로 묶어 주었어. 가냘프고 어린 풀들을 행인의 발길로부터 보호해 주었어. 누군가에게 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주었잖아...'라고.

내가 어디선가 이 뱀과 같은 존재였고, 또 누군가 나에게 이 뱀과 같은 존재였겠지.(사실 뱀은 싫지만.;)

작고 선한 영향력들을 떠올리니,

허무한 마음이 가시고 힘이 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 속 따스함들.

나도 소년과 같이 엑스를 새겨본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