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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평점 :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도서제공
2024년 12월 3일 밤,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계엄이 터졌다”라는 전화를 받고 국회로 달려갔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 위협적인 헬기소리, 밖에서 들리는 시민들의 목소리. 그날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 후, 벌어진 서부지법폭동, 탄핵 찬성집회에 난입해 폭력을 일삼던 극우 유투버들,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연일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내란 옹호 세력까지. 스스로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란 생각을 되뇌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이 책은 꽤 흥미로웠다.
책은 해방 이후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윤석열이 일으킨 비상계엄까지 한국 현대사의 반복되는 궤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한국사회의 균열과 맹점을 낱낱이 드러낸다.
특히 나는 극우 정치에 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헌법재판소 앞 기자회견을 갔을 당시, 틴핵을 반대하던 수많은 청년들이 온갖 혐오 발언을 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2030 남성들이 극우화 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책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 속에 놓고 설명한다. 덕분에 여러 의문이 풀리고 이해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다양한 시각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9개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은 하나로 명확한 결론을 짓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다양한 토론지점을 던지며 함께 생각을 나눌 것을 권한다.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전문가의 코멘트를 보았을 때는 반가움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의 코멘트를 보았을 땐 내 생각의 저변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어지럽던 부분을 정돈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그때의 모든 것은 다 잘못되었으니 빨리 바꿔야해!’ 라는 조급함 속에 중요한 성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든다. 부끄럽고, 괴롭고, 어렵더라더 이번 비상계엄을 분절적인 사건이 아닌 한국사회를 깊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과정에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않았다>라는 이 책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