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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품절
#법은어떻게민주주의를배신하는가
#도서제공
'계엄'이라는 단어는 근현대사에서만 보고 살면서 내가 겪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의심이 현실이 되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지키며 계엄윽 목도했다. 헬기 소리, 무장한 군인들을 마주했다.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이 피로 일군 민주주의를 내팽개치며 헌법을 사유화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그 이후, 추종세력 중 한명인 모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라고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라는 제목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광장에 서있었던 한명의 국민으로서 읽어보고싶은 책이었다.
책의 저자인 정치학자이자 법학자인 스캐치는 이 책을 통해 법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1부), 법에 현혹되지 않기 위한 6가지 시민의 수칙(2부)를 제시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 또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지침을 얻기 위해 법에 의존해왔던' 한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좀더 법을 보완하면 되지 않을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고 그 생각을 기반으로 살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더불어 법의 세속적 오류 세가지에 기반한 생각이었다는 것이 명쾌해지는 순간이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계엄'에 초첨을 맞춰서 읽었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법과 규칙과 헌법이 언제든 '사람'(판사)의 해석에 따라, 정치적 상황에 맞게 수정되고 변경되었던 여러 상황들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국민들이 개입할 것인가', '위임한 권력에 제동을 걸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힘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고민의 방향에서 여섯가지 시민의 수칙은 흥미로웠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으며 그리고 작년 12월부터 대선이 있었던 6월까지 6개월 간의 시간을 지나왔다보니 책을 읽으며 내가 속해있는 사회, 내가 겪은 일련의 상황을 대입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광장을 지켜왔던 우리 국민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광장에 모여 응원봉을 들고 구호를 외쳤던 모습, 광장으로 모인 수많은 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로 나섰던 모습, 혐오와 차별을 배제하기 위해 함께 지켰던 발언 규칙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연대했던 그 광장, 스캐치가 이야기했던 광장의 모습을 이미 우리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는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라는 문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주체적 행위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지점을 던져준다. 지난 시기 광장을 가득 채웠던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나는 우리가 국가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제는 시민 복종의 시대가 왔다. 권력이나 국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 대한 복종이다.